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
There is no accounting for tastes.
수많은 한국속담을 읽어 내려가다가, 내가 처음으로 반가운 느낌을 받은 속담이다.
사회적 신분에서는 물론 모든 가치체계에서 위계질서가 굳게 자리 잡고 있던, 전통 한국 사회에서, 평양감사(평안감사)라는 요직 중의 요직을 마다할 만큼 자신의 선택권을 주장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평양감사는 전국 8도 감사 중에서, 권위와 실세를 갖춘 감사로서, 많은 후보들이 임명받기 원하는, 치열한 경쟁이 있는 요직이었다. 중국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외교적인 요충이었던 것도 평양감사의 위상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했었다.
여기에 더해서, 평안도는 풍광이 아름답고, 미인들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매력들이었다. 평양감사라는 직책이 오랜 동안 여러 권문세가의 자제들이나, 야심 있는 관리들이 부임하고 싶어했던 자리였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경쟁이 심했던 좋은 자리에 임명을 받았는데도, No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이 속담이 말하고 있다. 왜 이런 좋은 자리를 싫다한 사람이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나 해석은 각자가 할 나름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취미는 정말 설명할 길이 없다."라는 서양 속담도,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취미들이지만, 이들"이상한"취미들에 대해서"옳다, 그르다"라는 설명이나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