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로 알려져 있는 <독일군의 선물>에 대한 미주 소설가 박휘원 씨의 오마주 작품을 소개한다. 원작과 비교해서 읽기를 바란다.
독일군의 선물-허버트 릴리호의
‘ 독일군의 선물’에 대한 오마주
박휘원 (소설가)
달이 없어 별이 유난히 반짝이는 밤이었다.
여인은 남자를 밀쳐내며 얼굴을 어둠 쪽으로 돌렸다.
“내 몸에 손대지 말아요! 난 더러운 여자예요!”
남자의 손이 허공에 멈추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나의 여인이요.”
“여전히 순진하시군요. 원수들의 욕망으로 얼룩진 이 옷이 보이지도 않아요? 나는 창녀란 말이예요!”
남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고개를 떨구었다.
“순진하다구요? 내 옷은 수 없는 사람들의 피로 물들었소. 나는 살인자요!”
여인의 얼굴이 남자 쪽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서서히 가까이 다가갔다. 그들은 상대의 얼굴을 어루만지다가 서로의 옷을 벗겨주기 시작했다.
알몸이 된 그들은 두 손을 마주 잡고 별을 향해 걸어갔다.
어둠이 짙게 내리고 가로등 불빛 속엔 떨어진 옷 무더기만 남았다.
<원작> 독일군의 선물
허버트 릴리호
그는 독일군에게서 다시 찾은 고국(프랑스)으로 돌아왔다. 가로등이 침침한 길을 그는 급히 걷고 있었다. 어떤 여인이 그의 손을 잡고 술에 취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놀다 가세요? 잘 해드릴게요.”
거리에서 몸을 파는 여인이었다.
두 사람은 가로등이 환한 등불 밑으로 왔다. 순간 여인은“앗!”하고 부르짖었다. 남자는 무심결에 여인을 등불 아래로 이끌었다. 다음 순간 남자는 여인의 두 팔을 꽉 움켜쥐었다. 그의 눈은 빛났다.“요안느!”하고 그는 여인을 와락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