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의 주제는 인간과 자연이다. 인체 혹은 자연에서 얻은 감정을 단순화시키고 응축하여 표현하고자 한다. 

  그래서 나의 작업에는 알과 씨앗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생명의 원천이기도 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껍질을 벗고 나오는 것을 통해 생명감을 표출하려 했고, 또 껍질이 벗어지는 과정을 통해 변형과 진화를 표현하고 싶었다.

 

  나는 정적인 것보다 운동감이 있는 것을 표현하고 싶고, 대칭보다는 비대칭이 좋다.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 기하학적인 것보다는 유기적인 것이 좋다.

  이런 면에서 흙은 최적의 재료이다. 오랜 시간 깎고 다듬어야 하는 목조나 석조와 달리 즉흥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넓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재료들보다 다양한 형태와 질감을 연출해 낼 수 있는 점과 한번 구워지면 반영구적이 되는 것도 흙의 큰 장점이다.

  흙에는 생명이 숨 쉬고 있다. 또 모든 생명체는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흙은 생명의 시작이고, 또한 종착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흙과 흙이 품고 있는 자연과 점점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다. 흙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많은 것들을 취하면서도…

 

  한때, 내 작품의 제목에 <Journey>라는 낱말이 많이 쓰여지곤 했었다. 예전에는 그냥 서정적인 느낌만 받았었는데, 요즘은 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작품을 한다는 자체가 끝없는 여정이라 느껴지는 것이다. 좀 더 나은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가는 기나긴 행보…

  기계문명

 

과 컴퓨터의 발전으로 더욱 고립되어가는 우리의 삶속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냉랭한 공간에 자연의 따스함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조각가 이명규 (Mimi Hong)

서울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1979년 미국으로 유학 와서, 엘에이의 오티스 미대(Otis College of Art & Design) 대학원을 졸업, 미술석사(MFA) 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세라믹 조각으로 7회의 개인전과 로스앤젤레스, 뉴멕시코, 와이오밍 등지에서 열린 단체전을 통해 활동해왔다.

최근에 열린 그룹전 <Diaspora-Arirang전>(2021), 사이구 폭동 30주년 전시회 <Peace Together<(2022), 서울미대 동문전 등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며 주목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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