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991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은 부부가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끝내 죽고 말았다.  

  당시 75세의 남편 던컨과 68세의 아내 체이니 부부는, 자녀들의 노력 끝에, 죽은 지 2개월 뒤인 5월 1일에야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들이 타고 있던 승용차에는, 기름이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차 안에서 체이니 부인이 18일 동안, 자신의 심경을 적어놓은 노트가 발견되었다. 결국, 그것이 자녀들에게 남긴 유언이 되고 말았다. 

  다음은, 그들이 남긴 글 중, 언론에 공개된 부분이다.

   1991년 3월 1일, 금요일, 오전 6시 30분,  

  이 아침, 우리는 지금 아름다운 설경에 묻혀 있다. 

  길을 잘못 들어, 눈 속에 묻히는 바람에 어젯밤 여섯 시 경부터, 눈 속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밤에도, 눈이 많이 내려, 한 자 높이 정도의 눈이 더 쌓인 채, 우리를 덮고 있다. 창문을 열 수도 없다. 

  손바닥을 무릎에 대고, 글을 쓰려니 글씨가 엉망이다. 이해해다오, 

  아이들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구나. 

  우리는 너희가 삶을 즐겁게 살아가길 바란다. 가족의 우애를 절대로 저버리지 말아다오! 그리고, 손자 손녀들에게 우리가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다오!

 

  어젯밤에 우리는 찬송과 성경 읽기를 시작하면서, 잠깐씩 눈을 붙이며 지새웠다. 2시간마다 5분씩 차 엔진을 켜고, 히터를 틀어 몸을 녹였다. 

  우리는 우리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완벽하게 하나님의 섭리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었다.

 

   오늘이 3일째이다!

  아직 배고픔은 없다, 글로브 박스에서 작은 젤리 봉지 두개와 껌 하나를 찾아냈다. 나중을 위해 이것들을 잘 두었다. 창문을 열고, 눈을 집어 먹고 있다.

  직장에 결근해야 하는 문제로, 너희 아빠가 조금 걱정하고 있다.

   3월 6일, 수요일, 

  오늘 밤이 6일째의 밤이 된다, 차에 기름이 다 떨어져서 더 이상 히터를 켤 수가 없다.

 

   3월 12일, 

  오늘이 눈 속에 갇힌 지, 12일이 되었다! 한 모금의 물이, 한 입의 음식이…

   이렇게 귀한 줄을, 다시는 잊지 않게 될 것이다. 

  나의 몸이 약해져옴을 느낀다. 우리는, 너희 모두를 진정 사랑했으며, 지금도 너희들을 사랑한다!

 

   3월 18일, 18일째 됨, 

  너희 아빠가, 오늘 저녁 7시 30분에, 주님 곁으로 가셨다. 

  모든 것이 몹시 평온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것조차 몰랐다. 

  그가 마지막 남긴 말은, 주님께 감사하다는 것이다. 

  나도 곧, 그의 뒤를 따를 것으로 생각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이제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앞이 잘 안 보인다, 

  잘들 있거라!  

  너희 모두를 정말 사랑한다!

 

  결국, 이들 부부는, 눈 덮인 차 안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들의 아들 스킵과 딸 제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녀의 어머니를 이렇게 회상했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의 어짊과 상냥함은, 어머니를 한 번 만난 사람은 누구나 오랫동안 기억할 것입니다!”

  어쩌면, 이 노부부의 죽음도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죽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자녀들에게 쓴 편지가 우리의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아프게 하는 것은, 자신들에게 허락되어 있던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도, 원망하지 않고, 끝까지 감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이 노부부처럼, 가장 절박 하고 비참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을 마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출처: 『그대에게,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박복수 시인 제공


  1. No Image

    이매진 (Imagine)-곽 설 리 소설가-

    눈을 뜨자 새벽하늘이 스르르 하루의 창문을 열고 있다. 새벽은 아직 어스름했고 쥐죽은 듯 고요했다. 아직 아침 새들이 찾아와 수다를 떨기 전. 하얀 백지 같은 공백의 시간이었다. 공백의 시간 뒤엔 적막이 검은 벨벳 휘장처럼 깔려 있다. 아직 도시가 잠이...
    Date2022.04.29 ByValley_News
    Read More
  2. 감동의 글: 14개의 계단

    행복이 블로그 <행복 충전소>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사는 집은 언덕 높은 곳에 있었어요. 집 앞에 14개의 계단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 사람에게 불행이 닥쳐왔습니다. 근육이 점점 힘을 잃어 결국은 죽게 되고마는 희귀병에 걸리고 만 것입니다....
    Date2022.12.30 ByValley_News
    Read More
  3. 맹노인의 눈물 -수필가 이진용-

    효도 효(孝)자는 자식이 노인을 업고 있는 형상이다. 孝자를 접할 때마다 이웃집에 살던 맹노인이 떠올라 가슴이 아파진다. 그는 1980년대 초 여동생의 초청으로 미국에 이민오게 되었다. 그에게는 아들만 삼 형제가 있는데 큰아들은 중학교 2년생, 두 아들은...
    Date2023.08.31 ByValley_News
    Read More
  4. No Image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김 순 진 <교육학 박사>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What is learned in cradle lasts till the grave. The habit of our youth accompany us in our old age. Who so learns young, forgets not when he is old. Custom (habit) is a second nature. 과장된 감이 있는 속담이지만, 3...
    Date2021.12.01 ByValley_News
    Read More
  5. 톨스토이, 행복의 여정

    러시아의 작가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 <부활>, <안나 카레니나> 등과 같은 위대한 작품을 우리에게 남겼다. 톨스토이가 세계적인 작가가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백작의 아들로 태어나 1천여명의 농노를 거느린 영지에서 부유하게 자랐다. 그의 어...
    Date2022.09.02 ByValley_News
    Read More
  6. <이 사람의 말> 완성을 향한 열정 멈출 수 없다 -원로배우 이순재의 말씀들

    자료 정리: 장소현 (극작가, 시인) 이순재는 대한민국의 최고령 현역 배우다. 올해 여든아홉이 됐다. 구순을 앞두고 있지만 그의 연기에 대한, 작품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보다 젊고 강하다. 배우 이순재는 구순을 앞둔 나이로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열연...
    Date2023.07.28 ByValley_News
    Read More
  7. No Image

    작은 천사의 선물_감동의 글

    어린 소년이 추위에 대비한 옷을 입고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아빠 준비됐어요.” 목사인 그의 아버지가 묻습니다. “아들, 무슨 준비냐?” “아빠, 밖에 나가서 전도지를 나눠 줄 시간이에요.” “오늘은 매우 춥고 ...
    Date2021.12.01 ByValley_News
    Read More
  8. 임윤찬이 할리웃보울에 온다 -소설가 곽설리 -

    한국의 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8월1일 할리웃보울에서 LA 필하모니와 협연을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LA 필의 지휘는 전 세계가 그녀의 지휘를 기다린다는 한국의 여성거장 마에스트라 성시연이 맡는다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반갑다. 더구나 임...
    Date2023.04.26 ByValley_News
    Read More
  9. No Image

    글벗동인 소설집 <다섯 나무 숲>을 읽고 -조 옥 동 문학평론가-

    몇 주 전에 가까운 지인의 한 분으로부터 책이 우송되었다. 무심코 책을 열었다. 같은 지역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5인들이 펴낸 동인소설집 <다섯 나무 숲>이었다. 누구나 몸을 사리고 일상의 활동을 숨죽여 지내고 있는 때에 예상치 못한 동...
    Date2020.11.23 ByValley_News
    Read More
  10. No Image

    생명력과 면역력 -이기정-

    하나님은 사람에게 생명을 주시면서 두 가지 힘을 겸하여 주셨다. 바로 생명력과 면역력이다. 생명력은 생명 활동을 위한 힘이고 면역력은 생명을 병마로부터 지키기 위한 힘이다. 사람이 생명력이 아무리 강해도 면역력이 없으면 생명을 계속 유지할 수가 없...
    Date2020.11.23 ByValley_News
    Read More
  11. 시대의 별 이어령 선생이 남긴 말들

    시대의 지성, 우리 시대의 스승, 진정 시대를 앞서간 분으로 존경을 받은 이어령 선생은 많은 말을 남겼다. 디지로그(digilog), 생명 자본, 축소지향의 일본인, 가위바위보론, 보자기 문화론, 지성에서 영성으로… 등등… 그가 남긴 말들은 어제...
    Date2022.03.31 ByValley_News
    Read More
  12. 송도의 뱃노래 -지 상 문-

    셋이 다시 만났다. 졸업하자마자 찾아간 일자리가 서로 달라 헤어진 지가 반년이나 지나 서두른 모임이다. 첫 직장의 설렘이 하나둘 익숙해지자 서로가 궁금해하던 차에 추석 휴가를 맞아 모인 삼총사의 만남이다. 시커멓게 그슬린 서로의 얼굴을 손가락질 해...
    Date2022.06.02 ByValley_News
    Read More
  13. 감동의 글 : 아버지의 생일

    아침 햇살이 콘크리트 바닥에 얼굴을 비비는 시간, 어느 순대국집에 한 여자 아이가 앞 못 보는 어른의 손을 이끌고 들어섰습니다. 남루한 행색, 퀘퀘한 냄새… 주인은 한눈에 두 사람이 걸인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주인은 언짢은 얼굴로 차갑게 ...
    Date2022.10.31 ByValley_News
    Read More
  14. No Image

    남은 삶의 여정 -이명렬 작가-

    매주 토요일 아침 6시면 <SBRT 마라톤> 회원들은 토런스에 있는 엘레티로(El Retiro) 공원에 모여 준비운동을 하고 레돈도비치 바닷가 옆으로 뛰며, 걸으며 10여년 넘게 운동을 하고 있다. 나는 이제는 나이가 많아 뛰지는 못하고, 굽이치는 바다 파도와 멀리...
    Date2023.12.29 ByValley_News
    Read More
  15. No Image

    삶의 유산 - 박 복 수 <시인, 문인> -

    우리들의 생활 중에서 즐거운 일, 슬픈 일, 또는 사랑하는 일, 미워하는 일 등, 여러 가지 일들의 뒤섞임. 그중에는 옳은 인생의 가치를 부여하기도 하고, 허무한 삶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혹은 죄악을 낳기도 하며 결국에는 누구나 받아들이지 않으면 ...
    Date2021.04.28 ByValley_News
    Read More
  16. 꽃수레를 타고 봄은 오는데 -수필가 김 화 진 -

    문득 궁금해진다. 언제부터일까, 이유는 뭘까. 계절은 순서가 있을까. 왜 봄을 늘 첫 자리에 놓아 시작하는 것일까. 한국말 뿐 아니라 영어에서도 Spring을 제일 먼저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봄이라는 단어는 희망과 따뜻함의 상징이자, 새로운 시작이라...
    Date2022.03.03 ByValley_News
    Read More
  17. 이어령 <눈물 한 방울>

    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 많은 저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많은 책 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책이 <눈물 한 방울>이다. “나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 그것은‘눈물 한 방울’이었다.” 이 책은...
    Date2022.09.27 ByValley_News
    Read More
  18. <계절의 시> 어머니 -시인 이해인 -

    당신의 이름에선 색색의 웃음 칠한 시골집 안마당의 분꽃 향기가 난다 안으로 주름진 한숨의 세월에도 바다가 넘실대는 남빛 치마폭 사랑 남루한 옷을 걸친 나의 오늘이 그 안에 누워 있다 기워 주신 꽃골무 속에 소복이 담겨 있는 유년의 추억 당신의 가리마...
    Date2023.04.26 ByValley_News
    Read More
  19. No Image

    스승님 말씀 -서정홍 (농부 시인) -

    이놈들아, 어디서 무슨 짓을 하든 어깨 힘 빼고 살아야 혀. 어깨 힘 들어간 놈치고 인간 같은 놈 하나 없어. 돈깨나 있고 권력을 쥐고 있는 놈들 어깨를 가만히 봐. 장관이고 판검사고 어깨 뻣뻣해지면 볼 장 다 본 게야. 그런 막돼먹은 놈하고는 상종을 하지...
    Date2022.06.30 ByValley_News
    Read More
  20. 말씀 한 마디- 카잘스가 말하는 평화

    “나는 카탈로니아 사람입니다. 오늘날은 스페인의 한 지방입니다만, 카탈로니아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였습니다. 나는 카탈로니아의 짤막한 민요 한 곡을 연주하겠습니다. 나는 이 곡을 14년간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꼭 연주...
    Date2023.02.26 ByValley_News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