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콘크리트 바닥에 얼굴을 비비는 시간, 어느 순대국집에 한 여자 아이가 앞 못 보는 어른의 손을 이끌고 들어섰습니다.
남루한 행색, 퀘퀘한 냄새… 주인은 한눈에 두 사람이 걸인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주인은 언짢은 얼굴로 차갑게 말했습니다.
"이봐요! 아직 개시도 못했으니까 다음에 와요."
혹 다른 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줄까 봐 염려돼 내보내려 했지만, 아이는 아무 대꾸 없이 남자를 자리에 앉혔습니다.
그리고는 거저 먹으려는 게 아니라는 듯 구겨진 지폐와 동전을 한 주먹 꺼내놓고 주문했습니다.
"저, 아저씨, 여기 순대국 두 그릇 주세요."
계산대에 서 있던 주인은 손짓으로 아이를 불렀습니다.
"얘! 잠깐 이리 와 볼래?" 아이가 쪼르르 주인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음식을 팔 수가 없구나. 거긴 예약손님들이 앉을 자리라서…" 잔뜩 주눅이 든 아이는 용기를 내어 말했습니다.
"아저씨, 빨리 먹고 갈게요. 오늘이 우리 아빠 생일이에요"
아이는 움츠려든 채 주머니를 여기저기 뒤져서 한 주먹의 동전을 꺼내 보였습니다. 결국 주인은 화장실이 바로 보이는 끝자리로 자릴 옮긴 부녀에게 순대국 두 그릇을 갖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계산대에 앉아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빠, 내가 소금 넣어 줄게 기다려."
아이는 소금통 대신 제 국밥 그릇에서 순대며 고기들을 건져내 아빠 그릇에 가득 담은 뒤 소금으로 간을 맞췄습니다.
"아빠, 이제 됐어.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순대국이야."
볼이 간장종지처럼 푹 패인 아빠는 손을 떨면서 국밥 한 수저를 떴습니다. 수저를 들고 있는 아빠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습니다. 그 모습을 본 주인은 그만 마음이 찡했습니다.
"아! 맛있다." 음식을 다 먹고 난 아이는 아빠 손을 이끌고 계산대로 와서 꼬깃꼬깃 천원짜리 넉장과 동전 한 웅큼을 꺼내 놓았습니다.
주인은 천원 짜리 두 장만 받고 나머지를 다 돌려주며 말했습니다.
"밥값은 2천원이면 된단다. 재료준비가 덜 돼서 맛있게 못 말았거든… 고마워 할 필요 없다… 내가… 아까는… 미안했다…"
주인은 애써 웃으며 아픔을 감추는 아이와 서글픈 아빠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습니다.<*> (출처: 동강사랑의 작은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