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에서 시청한 히말라야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서 에베레스트 상업 등반의 심각한 현실이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4~5월 하계 등반이 시작되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는 수백 개의 텐트가 생겨나 하나의 타운을 이룬다. 전 세계에서 온 수백 명의 등반가와 포터, 셰르파 등 네팔 현지인을 합쳐 천여 명이 상주한다. 그곳에는 임시병원은 물론 빵집, 술을 마시는 바와 영화를 볼 수 있는 대형 텐트까지 설치되고 마약까지 공공연히 거래된다는 게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이러한 편의시설과 서비스는 2개월간 반짝하고 원정대들이 떠나면 사라진다. 그리고 남는 것은 엄청난 양의 쓰레기다. 비단 에베레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제2위 봉 K2(8611m)에서 어느 등반가가 찍은 사진에는 등반로와 캠프 곳곳에 텐트, 산소통, 침낭, 개스통, 매트리스 등 각 원정대에서 하산하면서 회수해가지 않은 물품들이 널려있고 크레바스 사이에 쓰레기를 던져 넣기도 하고 심지어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 용변을 보면서 인근 식수원의 오염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네팔 정부와 민간기구들이 쓰레기 수거 정책을 나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그 효과는 미미하다.
문제는 네팔 정부의 무분별한 입산 허가 남발이다. 1970년대까지는 한 봉우리에 한 팀, 또는 한 시즌에 한 팀에만 입산 허가를 내주었다. 1977년 고상돈 대원이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당시 원정대는 입산 허가를 받는 데 7년이 걸렸고 당시 베이스캠프에는 한국원정대 한 팀만 있었다. 이후 1990년대부터 원정대 숫자 규제가 없어지며 문제의 근원이 시작된다. 가난한 네팔 정부의 히말라야 등반 허가와 관련된 관광 수입은 절대적이다. 원정대 5명 기준으로 입산료만 7만 달러를 내야 하며 각종 식량과 장비구입, 셰르파와 포터 고용 비용 등, 대략 20~30 만 달러 정도가 소요된다. 네팔인들의 월평균 수입이 100~150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원정대에 고용된 셰르파들의 한 시즌 5~6,000달러의 수입은 그들에겐 상상 이상이다. 이러한 시대상을 풍자해 이런 말까지 나왔다. 네팔에는 세 가지 종교가 있는데 그 첫째가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힌두이즘( Hinduism 힌두교). 둘째가 부디즘(Buddhism 불교), 셋째가 근래에 탄생해 가장 강력한 믿음을 갖게 한 투어리즘(Tourism 관광산업) 이란다. 그 투어리즘이 히말라야를 병들게 하고 있다.
스트로베리픽은 엔젤리스 국유림의 여러 등산로 중 왕복 7.5 마일의 짧은 코스지만 초반부 편안한 등산로와 후반부 급경사 봉우리를 몇 개 넘는 거친 등산로가 이어져 진취적인 산행을 즐기는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2008년 발생한 엔젤레스 국유림 대형 산불로 4년여 폐쇄되었다가 다시 개방했을 때 하루의 산행을 접고 본 산악회 대원 모두 땀 흘리며 등산로를 보수, 정비했던 것이 벌써 10년 전, 번듯한 등산로에 뿌듯함과 함께 추억과 의미를 부여해 우리들만의 애칭으로 밸리 산악회 트레일이라고 부른다. Red Box 파킹장에서 길을 건너면 표지판과 함께 숲길 등산로가 이어진다. 편안하고 완만한 등산로로 기분 좋게 걷기 한시간여, 2. 3마일 지점 새들에 서면 익숙한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 마운틴윌슨과 산 가브리엘픽. 오른쪽으로 안테나가 솟아있는 디스 어포인먼트를 확인하고 갈라지는 길에서 왼쪽 스트로베리픽 방향으로 들어서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좁고 가파른 직진 등산로를 힘겹게 오르기 시작한다. 양쪽의 낮은 잡목들 사잇길로 가쁜 숨 내뱉으며 스틱을 밀어 올리다 겨우 봉우리에 올라서면 능선에서 능선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봉우리들이 눈앞에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4개였던가 5개였던가, 고행의 끝에서 기어코 만나게 된 정상. 다운타운과 산타모니카 해안 멀리 카타리나섬까지의 멋진 전망에 눈은 감사하면서, 몸은 가라앉고 마음은 가득 채워진다.
왕복; 7.5 마일. 높이; 6165 ft. 등반고도; 1720 ft. 난이도; 3 (최고 5) . 등급; 4 (최고 5) 가는길; 118 (E)- 210(E)- 2Hwy (N)- 15분 정도 Drive 하면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Switzer Picnic을 지나 8분 정도가면 오른쪽 Red Box 파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