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을 완주(42.195 km)한다는 건 인간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그 극한의 상황을 장시간 견뎌야 하는 고문에 가까운 종목이기에 풀코스를 완주해본 일반인은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한번 산행에 평균 2파운드 체중 감소를 겪는데 마라톤 풀코스 완주 시 7~8파운드 체중 감소와 무릎, 근육 손상을 동반하기에 1~2주간의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
이 마라톤을 104일 동안 쉬지 않고 달린 사람이 있다. 그것도 한쪽 발은 의족을 하고서. 유잉육종이라는 희귀 뼈암으로 2001년 25세 때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재키 헌트브로에스마(47세). 남아공화국 출신으로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살고 있다. 결혼도 하고 두 아이도 있지만 장애로 인한 상처와 무기력으로 가장 아름다워야 할 그녀의 청춘 2~30대는 온통 회색빛이었다. 오랜 좌절 속에 있던 그녀가 불혹의 나이 40세가 되며 자신의 삶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깨닫는다. 평생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 그녀에게 남편이 권한 것이 마라톤이었다. 의사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스포츠 의족을 달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5km, 10km, 하프마라톤, 풀코스 완주 그리고 각종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며 마라톤의 매력에 빠져든다. 2020년에는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100마일을 24시간 안에 달리는데 도전해 성공한다. 이런 그녀에게 목표가 생겼다. 알리사 클라크라는 미국인이 95일 연속 마라톤 풀코스 완주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다. 재키는 이 기록에 도전하기로 한다. 2022년 1월 17일부터 매일 42.195km를 달렸다. 보스톤 마라톤 등,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하면서 시골길, 동네 주변, 그리고 날씨가 좋지 않으면 트레드밀 위에서도 달렸다.
그러나, 달리는 도중 변수가 생겼다. 영국의 케이트 제이슨이라는 사람이 101일 연속 마라톤 기록을 세운 것. 재키의 목표는 상향되었다. 장애가 없는 클라크와 제이슨의 기록을 깨기 위해 이 의족 마라토너는 102일을 목표로 올렸다. 마침내 2022년4월30일, 내친김에 이틀을 더 뛰고 104일 연속 마라톤 완주라는 기네스 공인 세계 기록이 탄생한다.
그런 그녀가 이젠 산악, 울트라 마라톤을 계획하고 있다. 인간이 극한 상황에 처하면 체념하거나 극복하려는 두 부류로 나뉜다. 극복에는 목숨을 걸 만큼의 의지가 필요하기에 많은 이들이 쉽게 체념한다.
재키 헌트브로에스마.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그녀에게도 수많은 좌절이 있었다. 사람들이 자유의지라고 쉽게들 말하지만, 거기에 내포된 절박함은 간과한다. 그 절박함으로 좌절을 극복한 그녀의 의지가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는 어느 쪽일까. 필자가 아는, 누구보다 산을 사랑했으나 치명적인 병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절망했었고, 고비를 넘기고서 지금도 힘겨운 인고의 시간 속에 다시 산을 오르겠노라는 절박함으로 스스로 다잡고 있을 어느 자매님께, 재키 헌트브로에스마의 자유 의지가 함께 하길 기도한다.
Inspiration Point 는 이름에 걸맞게 한해의 다짐과 영감을 얻고자, 새해 초 산행코스로 본 산악회에서 즐겨 찾는 곳이며, 도심지와의 접근성도 좋아 가벼운 차림의 등산객들 또한 항상 붐비는 곳이다. 트레일은 Echo Mountain까지 2.5마일의 잘 정비된 등산로이지만 1,400ft를 오르게 되므로 운동량이 적지 않으나 패서디나 주변과 LA 다운타운을 내려다보는 멋진 전경이 힘든 산행을 잊게 해준다. 최근 제법 내린 비로 한층 깨끗해진 공기가 눈과 코를 즐겁게 한다. 2.5마일 지점 에코마운틴은 100여 년 전 흰색의 화려한 호텔과 식당 등이 있어 화이트 시티라고 불리었고, 1893년 관광철도가 개통되어 1936년까지 운행되며 남가주의 부유한 관광객들로 붐볐던 곳이다. 지금은 철도 케이블, 바퀴, 호텔 콘크리트 잔해만 남아 그 당시의 영화를 전해 주고 있다. 돌아 나와 Castle Canyon Trail로 우회전하여 완만한 숲길 등산로로 들어서서 북쪽 인스피레이션 포인트까지 2마일여, 제법 가파른 1,325ft 등반 고도를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차츰 차가워진 숲속 공기가 순식간에 땀을 날려버린다. 그렇게 한 시간여 숨차게 오르다 모퉁이를 꺾어 고개를 들면 Inspitation Point 쉼터 지붕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이곳에는 Telescope View가 있어 LA 주요 지역과 멀리 카타리나 섬까지 볼 수 있다. 고행 끝에 정상에서 맛보는 한 줌의 바람, 이 작은 고마움이 나의 겸손을 일깨운다.
거리; 왕복 9.5마일. 등반고도; 2,740 ft. 난이도; 3 (최고 5). 등급; 4 (최고 5), 가는 길; 210 (E)- Lake Ave Exit. -북쪽으로 Drive- Lake ave 끝나는 지점 주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