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탈로니아 사람입니다. 오늘날은 스페인의 한 지방입니다만, 카탈로니아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였습니다.
나는 카탈로니아의 짤막한 민요 한 곡을 연주하겠습니다. 나는 이 곡을 14년간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꼭 연주해야 합니다. 이 민요는 <새의 노래>라고 불려지는 것인데, 이 새들은 하늘로 날아올라 평화(Peace)! 평화(Peace)! 평화(Peace)! 하는 소리를 내며 노래합니다.
이 노래는 바흐나 베토벤의 음악보다도 아름답습니다. 이 곡은 나의 조국 카탈로니아의 영혼(靈魂)입니다.”
첼로의 거장 파블로 카잘스(1876-1973)가 1971년 10월24일, 유엔이 주는 <평화상>을 받는 자리에서 한 짧은 연설입니다. 당시 카잘스는 95세였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이 그에게 평화상을 수여하면서“돈 파블로, 귀하는 전 생애를 진실과 아름다움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셨습니다”라는 수상 이유를 밝히자, 유엔 총회에 참석한 전세계의 대표들을 향하여 이같은 인상적인 메시지를 울먹이는 음성으로 전한 겁니다.
그리고는 운신(運身)마저 어려운 노구(老軀)를 움직여서, 그러나 어느 때보다도 힘있게 첼로를 부둥켜안고 카탈로니아의 민요 <새의 노래>를 연주했습니다.
일찍이 음악가가 유엔 평화상을 받는 예도 드문 일이었거니와, 그처럼 투철한 애국심으로 전 생애를 일관했던 예인(藝人)도 흔치 않았기에 유엔(UN) 본부 단상에서 토해낸 그의 수상연설은 어느 정치가의 연설보다도 강렬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카잘스가 20세기 전반의 가장 뛰어난 첼리스트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 중 한 명으로 칭송 받는 데는 이런 애국심도 작용한 셈이지요.
카잘스는 연주회 때마다 마지막 곡으로 <새의 노래>를 연주하며, 조국 카탈로니아의 독립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카잘스가 연주하는 <새의 노래>를 들으며, 가령 한국의 유명한 연주자가 세계적 공연 무대에서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면서 마지막 곡으로 <아리랑>을 연주하는 장면을 상상해봅니다. 터무니없는 꿈일까요?
<글: 장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