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진> 사진-김인경<숲속의 바람>
2023.03.29 20:08
<나는 바람입니다>
- 조 옥 동-
나를 찾습니다
나를 잃어버렸습니다
날개를 접고 문풍지 사이로 들어와
틈만 있으면 드나드는 도둑같이
두려워 창밖을 봅니다
어두운 방 한구석에서 아무도 모르게
서로 동풍이다 서풍이다 불러 준 쌍둥이는 헤어져
우왕좌왕 갈 바를 모르는 젖먹이였던 바람
이제 날개가 접히어 더 이상 바람이 아니랍니다
숲을 울리고 사방으로 방황한 기억만 남아
남풍 아니면 북풍이었을까
따스한 봄바람이었다 아니
눈송이를 자르는 시베리아 칼바람이었다
하늘에서 휘몰아친 불바람 같기도
내 조상은 미풍이 아니면 폭풍일 거라고
이리저리 족보를 폈다 접었다 합니다
바람이 잔다, 바람이 운다 하였나요
바람났다, 바람맞았다 하는 황폐한 폐허에서
바람이 불다 말다 하니 이 마음도 이랬다저랬다
바람 마음 내 마음입니다
빛바랜 낙엽을 몰아 애꿎은 골목길 쓸어가며
속삭이다 울부짖다 지난여름 맺어 놓은 사과 한 알
매끄러운 그리움 언저리
잠시 스쳤다 지나는
몸 없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