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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물쭈물하다 1월이 휘~리~릭 지나고 2월이 다가왔습니다. 계절적으로 춘삼월을 품고 있는 2월을 좋아합니다. 봄이 머지않았기에. 뒷마당 그늘진 곳에서 새빨간 동백이 소리 없이 봉오리를 터트리고 있었습니다. 얼음을 뚫고 피는 노란색 복수초는 숲속에서 자란다 하니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봄을 알리는 꽃으로는 으레 매화나 동백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곳 엘에이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우리 집 뒤뜰에도 피어있는 동백꽃을 보며 첫해를 맞고 또 새로운 결심도 해보게 됩니다. 동백은 추위를 견디면서 봄은 멀지 않았다고 우리에게 기쁜 소식을 알려줍니다. 2월 한 달 피었다가 꽃봉오리째 땅에 툭 투두둑 떨어집니다. 그래서 더 애절한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벚꽃처럼 꽃잎이 하르르 흩날리지도 않고 둔탁하게 그 자리에 툭~ 내려앉습니다.   

  동백은 꽃말조차도‘겸손한 마음’이라 합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타는 듯 붉은빛을 피우다가 다른 꽃들이 피기 시작하면 살며시 양보를 해줍니다. 그런 모습에서 겸손과 배려를 깨닫습니다. 

  해마다 2월이면 습관처럼 책장에서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을 꺼냅니다. 

  ‘아~봄이 오고 있다. 순간마다 가까워 오는 봄!’ 

  이 구절을 읽을 때면 가슴이 벅차올라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싶고 만나고도 싶고 밥을 함께 먹고 싶어집니다. 

  내친김에 친구들을 초청해 이른 봄의 향연을 베풀 생각을 해봅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금년에는 이런 소소한 것에서 기쁨과 감사, 행복을 느껴 보려합니다. 

  문득 곤드레나물이 생각났습니다. 

  지난 봄, 한국에 갔을 때 동생은 한식을 좋아하는 언니를 위해 곤드레나물밥 전문집으로 안내를 했었습니다. 생전 처음 먹어 보는 곤드레나물밥은 향이 숟가락 위에서부터 퍼져 후각, 미각을 동시에 감동시켰습니다. 산해진미가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워낙에 나물을 좋아하는 나의 입맛에는 최고의 음식이었죠. 

  “근데,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나물 이름이 왜 하필 곤드레라니?”

  “바람이 불면 이파리가 술 취한 사람처럼 흐느적거린다고 해서….”

  “이름도 희한하구나. 곤드레만드레 라는 유행가 생각이 나잖니?”

  “위장에도 좋고 관절에도 좋다고 해서 요즘 엄청 유행이야!”

  마침 그 식당에서는 말린 나물도 팔고 있어 한 팩을 사왔습니다.  

  아직은 꽃들이 만개하지 않았지만 미니 장미와 수선화, 시클라멘, 프리지아가 새싹이 파릇파릇 돋고 있고 진보라 빛 멕시칸 페튜니아가 드문드문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가끔씩 벌새도 꽃 이파리에 앉아 날개를 파르르 떨고 있기도 했었죠.

  내게는 꽃을 좋아하고 글과 음식을 좋아하는 세 친구가 있습니다. 누군가 먼저 책을 사면 서로 돌려가며 읽고 독후감까지 나누기도 하니 품위 있게 살고자 하는 시니어라고 자부하기도 합니다. 이 모임은 서로가 진심을 다하며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이이므로 자칭‘지란지교’라는 이름을 붙여 보기도 합니다. 

  곤드레나물밥에다 미역국으로 식단을 짜봅니다. 그중 한 친구의 생일이기도 해서요. 엘에이에서는 흔치 않은 나물밥이어서 봄 향기가 물씬 묻어나 안성맞춤일 성싶습니다. 양념간장을 잘 만들어야 제 맛이 난다 하니 다시마간장에 고춧가루, 다진 마늘을 듬뿍 넣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참기름과 깨, 매콤한 맛을 내기 위해 청양고추를 넣고, 달래를 쫑쫑 썰어 넣어 봄 향기가 풍겨 나오게 해보렵니다. 

  이참에 오래전 인사동에서 사온 엷은 옥색 도자기 그릇에 옅은 쑥색 나물밥을 담으면 색감이 환상일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물질이 풍요로운 세상에서는 음식이란 단지 배고픔을 채우기보다는 미각, 후각, 시각까지도 충족시키는 기호품이 되기도 한 때입니다. 

  곤드레나물밥 향과 맛을 음미하며 행복해 할 친구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내가 더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행복이 뭐 대단한 건가요? 드립 커피 한 잔에 이런 꿈을 꾸어 보는 것만으로도 이 아침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감사와 행복은 누구에게서 받기보다는 내 스스로가 매사에 의미를 붙여 보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언제까지 몇 번이나 더 이 찬란한 봄을 맞을지는 모르지만 봄이 오면《인연》을 꺼내듯 지인들을 만나 봄의 향연을 나누고 싶은 바람입니다.    

   기다림과 꿈이 있다면 분명 희망찬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

 

윤금숙작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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