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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태평양을 좋아한다. 우리 한국인에게는‘은혜의 바다’이기 때문이다.

   1941년 12월 7일 일본 제국이 하와이 진주만 미 해군 태평양 함대를 기습 공격하여 시작된 태평양 전쟁은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함으로서 종료된다. 미국의 핵폭탄 두 개에 일제가 무릎을 꿇은 것이다. 바람에 만 35년동안 일본의 식민지로 고통 받고 있던 우리나라가 이 전쟁의 결과로 해방되었으니 어찌 ‘은혜의 바다’가 아니겠는가? 그 태평양 전쟁이 아니었다면 대한민국은 일제로부터 독립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태평양은 오대양 중에서 가장 큰 바다이다. 지구 표면의 1/3을 차지하는 태평양(太平洋)이라는  이름은 스페인 탐험가 마젤란이 붙였다. 라틴어 Mare Pacificum(평화로운 바다)은 다른 바다와는 달리 잔잔하기에 감동하여 지어졌단다. 나는 울적하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태평양 앞바다에 자주 간다. 바다에 가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바닷바람에 날라가 버려 혈압이 정상적으로 돌아 오기 때문이다.

   오늘도 태평양 앞바다에 다녀왔다. 우리 동네 그라나다 힐에서 118번 웨스트 프리웨이를 달리다 27번 싸우스 토팽가 캐년 국도를 20분 정도 가면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가 시작된다. 마치 한국에서 대관령 고개를 넘어 가는 것과 흡사하다. 길 양쪽 바위 산에는 온갖 나무들로 삼삼(森森)하다. 나무들이 어떻게 바위 속에 뿌리를 내리고 저렇게 자랄까? 그 생명력이 신비롭기만 하다. 이 도로는 초보자가 운전연습하기에 안성 맞춤 일것 같다.

   구절 양장 산길을 30분 정도 내려가면 삼거리에 다다르는데 시야가 탁 트이면서 태평양 앞 바다가 눈 앞에 확 다가온다. 재빨리 자동차 창문 네 개를 모두 내린다. 비릿한 바닷 내음이 코를 벌름 거리게 한다. 이 곳에서 좌회전하면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젊음과 낭만의 산타모니카 비치인데 그 곳의 빌딩 숲이 보인다. 산타모니카 쪽으로 가면 썰물때는 바다에서 바위가 솟아 오르는데 내려가 보면 홍합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함부로 많이 채취하면 불법이란다. 이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내가 자주 가는 말리부 비치이다. 1번 퍼시픽 해안 도로는 여름철에는 이른 시간부터 윈드서퍼들의 자동차로 붐벼 주차가 쉽지 않다. 말리부에는 멋진 카페나 고급 식당이 바닷가에 즐비하다. 10분정도 달리면 오른쪽 언덕 위에 아름다운 페퍼다인 대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어렵게 주차시키고 백사장으로 내려가 풀썩 주저 앉는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지평선 위에는 하얀 물안개가 피어 올라 희미하지만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어머니 가슴처럼 포근하기만 하다.

   저 바다 위를 달려가면 금방 내 조국 대한민국이 나올 듯하다. 등 뒤에는 노랑나비 두 세 마리가 너울너울 곡선을 그으며 이름 모를 꽃송이 위를 날아 다닌다. 갈매기 한 마리가 백사장에서 파도 치는 물살을 피해 다니며 부리로 모래를 파헤치고 먹이를 찾는다. 왔다가 쫓겨가는 파도 소리가 엄마의 달콤한 자장가처럼 들려 스르르 졸립다. 손깍지 낀 두 손을 베개 삼아 벌러덩 드러 눕는다. 하늘엔 하얀 뭉개구름이 흐른다. 흘러가는 저 뭉개구름은 어쩌면 저다지 솜사탕처럼 깨끗하고 고울까? 모든 근심과 걱정은 사라지고 마음은 평온하다. 

   태평양 모래밭에 누워 있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사람일 것이다. 이해심이 많아 너그럽고 속이 깊은 마음씨를 가진 사람을 우리는 ‘태평양’ 같다고 한다. 그래- 나도‘태평양’이 되어 보자. 나를 서운하게 해 준 사람도 더 이상 미워하지 말고 용서해 주기로 하자.

‘훌훌’ 털고 일어나 심호흡을 시작한다.

   바닷바람이 상쾌하다. 이 신선한 공기를 가슴 속 깊이 실컷 담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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