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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오랜만에 안부 전화를 나누던 한국의 고교 친구에게서 슬픈 소식을 들었다. 근황이 궁금했던 한 선배의 안부를 물었더니 2023년 이맘때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활동적이던 양반이 어쩌다가? 안타까워하는 필자에게 친구가 전한 사연인즉슨 이렇다. 고교 시절부터의 산악부 활동이 학창 시절 내내 이어져, 틈만 나면 배낭 메고 등산과 캠핑으로 전국의 산하를 누비며 즐겨하던 산악 활동이, 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을 하면서 도저히 여유가 생기지 않자‘잠시 유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배낭을 다락에 밀쳐놓는다. 그러고는 70~80년대 한국 경제 성장의 수레바퀴에 올라타면서, 결혼, 자녀 양육, 해외 파견, 지방 근무, 별 보고 출퇴근, 업무 연장의 회식조차 당연시되던, 산업화 시절의 질풍노도 같은 20여년의 직장생활에 서서히 지쳐갈 때쯤 이젠 어디 있는지 찾지도 못할, 버림받은 듯한 배낭이 문득 생각나고, 뭔가 잃어버린 듯한 공허함에 그렇게 눈물이 나더란다. 그래도 가장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고, 아이들 출가, 퇴직, 노후 준비까지 대략 마치고 나니 그때가 65세, 아내의 양해를 얻어 독립을 선언하듯이, 떨리는 손길로 배낭을 꾸리고는 산티아고 순례길로 걷기 여행을 결행한다. 프랑스 생장페드로에서,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800km, 하루 20~30km씩 한 달 여의 여정을 걷는 동안 다시 태어난 듯한 삶의 기쁨을 만끽하며 행복해했다고 한다. 거기까지였으면 좋았을 것을. 몸과 마음이 들뜨고 충만한 그가 돌아와서 준비한 다음 목표가 바로 PCT(Pacific Crest Trail)였다. 멕시코 국경에서, 캘리포니아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 오레곤, 워싱턴주를 지나 캐나다 국경까지 2,650마일(4,265km)을 최적의 건강과 체력을 갖추고도 5~6개월이 소요되는 장거리 트레일이다. 상대적으로 짧고 평지에 가까운 산티아고 순례길에 비해 고도의 편차가 큰 PCT 시에라 네바다 10,000~13,000ft 고산 포함, 도전적인 야생의 길을 걷는 건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최고난도의 PCT를 감내하기엔 그의 체력과 나이가 이미 노쇠해 있다는걸 그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 출발하고, 비교적 낮은 고도 지역을 걸으면서도 그가 힘들어한다는 걸, 일주일 만에 걸려 온 전화로 아내는 알았다고 한다. 절대 무리하지 말라는 아내의 말림에, 차츰 익숙해질 거라며 강행 의지를 내비친 그가 그로부터 3일 후, 출발 10일 만에 캘리포니아 어느 산중에서, 심장마비로 불귀의 객이 되어버렸다.

   그토록 오랫동안 소망했던, "꿈꾸는 자의 길"에서 생을 마감했던 그 선배의 마지막 의식은 무엇이었을까? 그럼에도 그는 행복했으리라, 간절히 믿고 싶다.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 자각할 수 있는 지혜를 나는 가지고 있는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안부 전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Switzer Picnic에서 이어지는 Bear Canyon은 많은 곰들의 서식지로 유명해서 붙여진 이름답게 밑둥 굵은 오크나무들과 긴 등산로 내내 함께 따라오는 계곡의 맑은 물소리, 새소리가 숲속 가득하고, 부드러운 등산로 또한 도심에서 가까워 오래전부터 LA시민들이 좋아하던 휴양지이며 지금도 한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등산로 중 하나이다. 주차장 아래 나무다리를 건너 트레일에 들어서면 올해, 기록적으로 내린 많은 비로 계곡과 개울물, 폭포의 맑고 풍부한 수량이 만들어준 장관들이 산행길 내내 이어지며 우리의 눈과 귀, 발길을 사로잡는다. 1.4마일 지점 표지판에서 왼쪽 베어캐년 방향으로 계곡 길을 따라 내려가면 스읫처 폭포와 베어캐년 삼거리 표지판에서 왼쪽 폭포 방향으로 가고, 개울물을 쉴 새 없이 건너다보면 어느새 우렁찬 폭포 소리에 잠시, 속세를 잊는다. 베어캐년까지 왕복 7마일 여, 비교적 짧은 산행을 마치고 오크나무가 우거진 스윗처 피크닉에서 산악회 연례행사인 봄 소풍 꽁갈(꽁치구이, 갈비) 파티가 개최된다. 팬데믹으로 중단된 이후 5년 만에 다시 개최된 꽁갈파티는 감사기도와 함께 알뜰히 준비한 맛있는 식사, 그리고 각종 게임과 푸짐한 선물로 학창 시절 소풍 길의 추억 속으로 우리를 다시 소환한 즐거운 하루였다.

   거리; 왕복 7마일  등반고도; 1,000피트  난이도; 3(최고 5)  등급; 4(최고 5)

가는 길; 118(E)- 210(E)- 2Hwy(N)-15분 정도 Drive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0.2 마일 지점 오른쪽 Switzer Picnic 사인판 아래 파킹장<*>

 

산행1.jpg

산행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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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베레스트에는 정상을 향한 등반 루트가 20개가량 된다. 히말라야 고봉들의 전체 등반 루트역시 셀 수 조차 없이 많은 건 당연한데 그 많은 루트 중, 에베레스트 남서벽, 로체 남벽, 안나푸르나 남벽, 이 세 곳이 가장 어려운 3대 난벽이라고 불리운다. 그 중...
    Date2022.06.02 ByValley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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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23.12.29 ByValley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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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22.09.02 ByValley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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