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철조망 바이러스’를 읽고-

   바이러스가 지구를 휩쓰는 위력을 간파한 작가가 있었습니다. 그의 시선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고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장소현 작가는 2021년에 <철조망 바이러스>라는 작품으로 특종 바이러스를 소개했습니다. 본적이 이북인 실향민들 가슴을 부풀게 하는 바이러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철조망 바이러스>는 그의 친애하는‘친구 발명왕’과의 대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내 친구 발명왕은 가끔 나를 찾아오곤 합니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지요. 획기적인 발명품을 들고 오거나, 아니면 술병을 들고 옵니다. (중략)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쳐 발명에 일로매진하고 있는데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으니, 친구는 외롭기도 하겠지요.” 

  -<철조망 바이러스> 본문 중에서 

 

  둘은 석양빛이 녹아든 석류 주를 마시며 친구 발명왕이 들고 온 발명품 설명을 들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풀어 놓는다며, 그의 발명품 만드는 데 10여 년 걸린 획기적인 발명품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철조망을 먹는 특수 바이러스라고 합니다. 이것을 잘 사용하면 한반도 허리춤에 쳐놓은 철조망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발명왕의 말을 듣고 작가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습니다.

  그렇군요. 작가도 6.25 한국전쟁 피해자이군요. 작가뿐이겠습니까. 글을 읽는 독자 국화도 가슴에서부터 뜨거움이 올라왔습니다.

  발명왕은 말합니다. 비무장 지대로 들어가서 철조망에다 뿌려서 실험해야 하는데 삼엄한 감시로 실험은 못 한 상태라 합니다. 저는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믿을 만한 사람의 발명품이기 때문입니다. 절실한 사람들이 만들었으니까요.

  6.25전쟁 피해자는 입으로는 인제 그만 포기하자, 부모님은 다 가시지 않았느냐. 너는 별로 기억도 없는 곳인데 잊을 때도 되지 않았느냐?

  이상한 일입니다. 그 상처는 건드리면 지금 일처럼 와락 성을 냅니다.

  풍자의 달인인 작가는 독자를 껄껄 웃게 하고나서, 책장을 덮으면 통곡의 벽에 서게 합니다. 며칠 이불 속에서 울고 싶었습니다.

 

  새벽녘에 날벼락이 떨어지자 엄마는 옷가지와 귀중품만 챙겼답니다. 가족은 먼저 의용군 차출을 피해 아버지가 숨어있던 친척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열린 대문으로 들어서니 방문도 열려 있고 다락 안도 훤히 보였습니다. 아버지는 그곳을 나와 한 걸음으로 가족이 있는 집을 향하여 뛰었겠지요. 

  운명의 장난은 가혹합니다. 만남은 어긋나버렸고, 그는 어디로 가족을 찾아 떠났을까요. 마누라와 자식 잃은 호랑이의 포효를 전에는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남편 없이 혼자 사는 엄마 그리고 아들 잃고 살아가야 하는 할머니 두 여인만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실존이고 삶에서 반복적으로 회자되어온 주제였습니다.

  사진이라도 있으면 아빠라고 불러보기도 했을 텐데, 우린 아버지에 대해서  묻는 것도 금기였습니다. 내 엄마가 평생 병을 달고 살아 할머니가 굿판을 벌여야 했던 이유를 몰랐습니다.

 

  얼마 전 내가 속한 문학회의 남성작가는 <크게 불러보고 싶은 내 아버지>라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그도 나처럼 아버지를 생이별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아버지와 광화문 근처를 지날 때 아버지는 청사를 가르키며“내가 일하는 곳이야,”라고 말했다 합니다. 어린 아들은 큰 건물에서 일하는 공무원 아버지가 얼마나 위대해 보였겠습니까. 

  그는 언제쯤 그 얘기를 끝낼 수 있을까요. 그 작가분에게도 철조망 바이러스 발명품을 소개하면 두 손을 흔들며 얼굴에 빛을 띠울 것입니다.

  전쟁 끝난 지 70년이 넘었는데 삼팔선을 막아놓고 방치하고 있습니다.

  나랏일 하는 사람들은 이산가족의 심정을 몰라 행동으로 바꾸기가 힘드나요. 가족 중 한 명만 며칠 소식이 없으면 경찰서에 신고하고 방방곡곡을 뒤지지 않습니까. 세월 잘 못 만난 네 팔자다, 라고 외면하시겠습니까. 가혹한 형벌입니다. 아직도 이권을 놓고 계산만 하는 열강의 정치인들 제발 귀를 열어 주십시오.

  오죽하면 피해자의 자손, 발명왕이 뭘 해보겠다고 나서겠습니까. 그는 북한 출신 피난민이며, 제2의 고향인 남한도 떠나온 미주교포인 것이 분명합니다. 저같이 가슴에 무덤 몇 개 가진 연배 친구들 같습니다. 그들은 역량 있는 작가들로 포기하지 않을 것을 믿기 때문에 든든합니다.

  “정치가는 가라. 실향민 민초가 뭉치겠다.”라고 구호를 외쳐야 합니다. 한반도의 철조망을 두고 세월이 약이 된다며 잊고 살 수 있겠습니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그 한을 품고 저세상으로 갔으나 중천에 떠돌고 있습니다.

  정치가들은 우리 자손까지 죽기를 기다리는 것일까요. 아무도 관심 두지 않게 바라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자녀들이 남아서 술병을 기울이며 시작을 합니다. 아무리 70년 묵은 곰팡이 밴 이야기라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철조망 비극은 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작가와 발명왕은 말합니다.

  “성공하면 한방으로 끝나는 겁니다. 한방에! 큰 거 한방이면 노벨상도 문제없지요. 그것이 발명의 매력이지요, 치명적인 매력!”

거나하게 취한 두 사나이의 넋두리가 석양빛에 빛나고 있습니다.

 

  장소현 작가는 그동안 50여 편의 희곡을 발표하여 무대에 올렸던 극작가이며 시인이기도 합니다.

  그의 판타지 소설 <철조망 바이러스> 속에서 한나절 웃고 울어 보았습니다.  절망적인 현실에서 철조망 바이러스라도 발명해야 했던 두 광대의 비애가 올겨울을 더 얼어붙게 할 것 같습니다. 가을 하늘을 질러 어딘가 사라지는 기러기의 외마디, 라고 한들 계속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국화는 믿습니다. 발명왕의 철조망 바이러스는 이미 삼팔선 철조망을 먹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실향민들이 모여 함성을 지르며 나아갈 때 철조망이 어떻게 버티겠습니까. <*>

 

장소현철조망바이러스.jpg

 


  1. <노래의 추억> 세월이 가면

    <세월이 가면> 박인환 작사, 이진섭 작곡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
    Date2024.08.31 ByValley_News
    Read More
  2. No Image

    하하, 허허, 호호 웃으며 삽시다 -수필가 이진용-

    일소일소(一笑一少)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진다’는 지론이다. 과연 그럴까. 회의감을 많이 가졌다. 황 여인을 체육관에서 처음 보았을 때 아무 때나 배시시 웃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약간은 실성한 사람이라고 착각했다. 그녀는 미국에 이민 ...
    Date2024.08.31 ByValley_News
    Read More
  3. No Image

    <생각의 글> 한 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

    그리스 시라쿠라 거리에는 괴상하기 짝이 없는 동상이 하나 있는데 그 동상 아래에는... *우리들 인생에서 돌아오지 않는 것이 네 가지가 있답니다. -첫째는 입 밖으로 나온 말, -둘째는 시위를 떠난 화살이며, -셋째는 흘러간 세월,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
    Date2024.08.31 ByValley_News
    Read More
  4. <가신 이의 발자취> 한국 공산주의 연구로 [북한학] 개척한 서대숙 박사 2주기

    남북관계가 껄끄럽고 불안할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한반도의 북한과 공산주의 연구 대가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 석학 서대숙(徐大肅) 박사다. 9월13일은 서대숙 박사 2주기가 되는 날이다. 고인은 지난 2022년 9월13일 오전 9시30분, 향년 91세로 별세...
    Date2024.08.31 ByValley_News
    Read More
  5. <감동의 글>‘한국판 테레사’서서평(엘리제 셰핑)

    이 글은 한겨레신문 조현 종교전문기자의 기사를 간추린 것입니다. <편집자> 성녀 테레사 수녀(1910~97)는 동유럽의 세르비아에서 태어나 18살에 수녀회에 입회한데 이어 1930년 인도의 빈민가로 파견돼 버려진 채 죽어가던 사람들을 돌봤다. 테레사 수녀는&l...
    Date2024.07.31 ByValley_News
    Read More
  6. <아름다운 사람>‘아침이슬’ 김민기 별세

    ‘아름다운 사람’김민기가 이 세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리고 새벽마다‘아침이슬’이 되어 찾아온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에 태어나 2024년 7월21일까지 73년간 그의 삶은 늘 순수하고 아름답고 뜨거웠고, 부끄러움을 ...
    Date2024.07.31 ByValley_News
    Read More
  7. <통계로 본 한국> 한국인 평균 IQ 세계 5위, 1위는 일본, 미국은 77위

    한국사람 참 똑똑하다고 감탄하는 일이 많다. 한국인의 평균 지능지수(IQ)가 세계 5위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위는 일본이 차지했다. 순위는 다음과 같다. 1위 일본 (112.30) 2위 헝가리 (111.28) 3위 대만 (111.20) 4위 이탈리아 (110.82) 5위 한국 (110.8...
    Date2024.07.31 ByValley_News
    Read More
  8. <통계로 본 한국> 한국인 평균 IQ 세계 5위, 1위는 일본, 미국은 77위

    한국사람 참 똑똑하다고 감탄하는 일이 많다. 한국인의 평균 지능지수(IQ)가 세계 5위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위는 일본이 차지했다. 순위는 다음과 같다. 1위 일본 (112.30) 2위 헝가리 (111.28) 3위 대만 (111.20) 4위 이탈리아 (110.82) 5위 한국 (110.8...
    Date2024.07.31 ByValley_News
    Read More
  9. <노래의 추억>한국 재즈의 대모 박성연이 부른 마지막 노래 <바람이 부네요>

    바람이 부네요 임인건 작사, 작곡 바람이 부네요 춥진 않은가요 밤 깊어 문득 그대 얼굴이 떠올라 가슴 뛴 그대 미소 떨리던 그 목소리 많은 상처에 얼어붙은 내 마음 감쌌던 산다는 건 신비한 축복 분명한 이유가 있어 세상엔 필요 없는 사람은 없어 모두 마...
    Date2024.07.31 ByValley_News
    Read More
  10. <독자 글마당>뜬 구름 잡기 -수필가 이진용-

    얼마전에 운전 중 세븐 일레븐 앞에 줄을 길게 선 무리를 보았다. 당첨금이 10억 달러가 넘는 복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행렬이었다. 당첨만 된다면 대대손손 부자로 살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이니 만사를 제쳐두고 구입하려는 열기로 미국 ...
    Date2024.07.01 ByValley_News
    Read More
  11. No Image

    <감동의 글> 행복의 비밀은?

    인터넷에서 옮겨온 글 한 소녀가 산길을 걷다가 나비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 버둥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소녀는 가시덤불을 제치고 들어가 거미줄에 걸려있는 나비를 구해주었습니다. 나비는 춤을 추듯 훨훨 날아갔지만, 소녀의 팔과 다리는 가시에 찔려 ...
    Date2024.07.01 ByValley_News
    Read More
  12. <삶의 글> 일본의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의 시

    100세 시대가 열리면서 ‘잘 늙기’가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활기차고 아름다운 노년을 꿈꾸는 이들에게 할머니 시인으로 유명했던 시바타(柴田) 도요(1911-2013)의 시는 큰 자극과 용기가 된다. 시바타 도요는 주방장이었던 남편과 사별 후 아...
    Date2024.07.01 ByValley_News
    Read More
  13. <노래의 추억>100살 된 첫 창작동요 <반달>

    반 달 윤극영 작사, 작곡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그루 토끼 한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추이는건 새별이 등대란다 길을...
    Date2024.07.01 ByValley_News
    Read More
  14. <밸리문인 글마당>풀지 않는 숙제 -국화 리-

    -'철조망 바이러스’를 읽고- 바이러스가 지구를 휩쓰는 위력을 간파한 작가가 있었습니다. 그의 시선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고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장소현 작가는 2021년에 <철조망 바이러스>라는 작품으로 특종 바이러스를 소개했습니다. 본적이 ...
    Date2024.06.04 ByValley_News
    Read More
  15. <노래의 추억>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부모님 생각에 콧날이 시큰해진다는 사람이 많다 한국의 블루스 가수 김목경(1957년~)이 작사, 작곡한 이 노래는, 제목대로 어느 60대 노부부가 자신들의 인생을 회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목경은 이 ...
    Date2024.06.04 ByValley_News
    Read More
  16. <밸리문인 글마당> 마음의 행로 -수필가 김화진-

    시간이 시간에게 말을 건넨다. 또 한 해 5월을 맞으며 마음에 들려오는 소리, 그것은 경쾌한 행진곡 같기도 하고 어쩌면 슬픈 소야곡처럼 가슴 저미게 내게 다가온다. 얼마 전 일흔 두 살의 생일을 맞아 두 딸과 그 배필, 손자와 그의 여자친구가 함께 마련한...
    Date2024.05.01 ByValley_News
    Read More
  17. <감동의 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장애인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한 예술인을 선정하여 수여하는 대한민국 장애인 문화 예술상(文化 藝術賞)에서 대상을 차지한 시각장애인인 나사렛대학에 이상재 교수. 이상재 교수는 7살 때 동네에서 술래잡기를 하다 교통사고를 당...
    Date2024.05.01 ByValley_News
    Read More
  18. <삶의 지혜> 셰익스피어 9가지 명언

    첫째. 학생으로 계속 남아 있어라. 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폭삭 늙기 시작한다. 둘째. 과거를 자랑하지 마라. 옛날 이야기밖에 가진 것이 없을 때 당신은 처량해진다. 삶을 사는 지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셋째. 젊은 사람과 경쟁하...
    Date2024.05.01 ByValley_News
    Read More
  19. <노래의 추억> -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바람과 나>

    한대수! 한국 포크록의 대부이자 살아있는 록의 전설, 진정한 자유인, 한국 최초의 히피 가수…… 한국의 청년문화가 싹트기 시작했던 70년대 초, 가수 한대수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히피의 본 고장인 뉴욕에서 기타 하나 둘러메고 온 한...
    Date2024.05.01 ByValley_News
    Read More
  20. <노래의 추억> 조용필의 꿈

    1991년 발표된 <꿈>은 <킬리만자로 표범>과 함께 조용필이 가장 아끼는 곡이라고 한다. 조용필이 작사, 작곡한 이 노래는 꿈을 따라 먼 길을 나서, 낯선 곳을 헤매는 사람들의 표류와 좌절, 외로움을 그린 곡이다. 고향을 그리는 향수의 노래이기도 하다. 조...
    Date2024.04.03 ByValley_News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