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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운전 중 세븐 일레븐 앞에 줄을 길게 선 무리를 보았다. 당첨금이 10억 달러가 넘는 복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행렬이었다. 당첨만 된다면 대대손손 부자로 살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이니 만사를 제쳐두고 구입하려는 열기로 미국 전역이 떠들썩 하였다. 그 복권에 일등으로 당첨 될 수 있는 확률은 벼락을 두 번이나 맞는 것 보다도 낮다고 하였다. 당첨은 되지 않더라도 발표가 되기 전까지는 졸지에 억만 장자가 될 수 있다는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즐겁다고 한다.

   일생에 나도 복권을 산 적이 두 번 있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직장에서 였다. 동료들과 단체로 복권을 구입했는데 그 때도 천문학적인 당첨 금액이었다. 그 때 일확천금의 불로소득을 바라기도 했지만 직장에서 따돌림으로 왕따 당하는 것을 피해보려는 의도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뜬 구름 잡는데 참여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아는 성직자 중 한 명은“복권을 사는 것은 노숙자 돈을 갈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주장하였다. 한 달에 한 번씩 주 정부나 연방 정부로부터 받는 복지 후원금을 그들이 뜬 구름 잡는 복권 구입에 모두 탕진하기 때문이란다.

   25년 전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음식점에서 일하던 동료 3명이 일을 끝 마치고 즉석 복권을 사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 같이 투자하고 당첨되면 3명이 똑같이 분배하기로 굳게 약속을 하고 여러장의 복권을 구매했는데 그 중 한 장이 5천 만원에 추첨 되었다. 그 액수를 3등분 하더라도 월급을 20년 동안 받아서 저축한 금액과 맞 먹는 거액이었다. 그들은 다음 날 아침 은행이 개점하면 찾기로 하고 그 복권을 냉장고에 넣어 두고 잠을 청하였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혼자 챙기려는 욕심이 생겨 그 복권을 갖고 줄행랑쳤다. 나머지 두 명이 즉시 본점에 지급 정지를 요청하였고 욕심쟁이는 결국 절도죄로 철창행 신세가 되고 말았다. 욕심은 정신적인 것에 두어야지 물질적인 것에 두면 화를 자초하기 마련이다.

   미국에서 한 남자는 복권 일등에 당첨되어 졸지에 자가용 비행기까지 몰고 다니는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그는 흥청망청 그 돈을 물 쓰듯 낭비하고 허세를 부린 결과 3년 만에 모두 날려 버리고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단다.

   어느 리서치 기관에서 일등으로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을 추적 조사 하였는데 그 중 99%가 자신이 복권국에서 거액을 받은 이후 더 불행한 삶을 살게 되었다며 복권을 산 것이 매우 후회스럽다고 답했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씁쓸해 한 적이 있다.

   누구나 일등에 당첨된다면 그 돈의 일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쓰겠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일확천금이 일단 자신의 수중에 들어오면 마음이 변한다고 한다. 나 또한 불로소득에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대며 교만과 허세에 빠지지 않겠다고 장담 할 수 있는가.

   한국에서 유학 온 대학 졸업반 학생이 내가 근무하는 양로 보건 센터에 인턴쉽(Internship) 과목 학점을 취득하는데 도움을 받기 위하여 자원 봉사를 한 일이 있다. 그 청년과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며 우연히 복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자신은 복권을 한 번도 사지 않았단다. 일시에 일확천금이 생긴다면 자신의 꿈과 도전은 사라지고 안일만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란다. 곧 파멸이 뒤 따르리라고도 했다. 땀 흘려 일한 만큼, 수고한 만큼 결실을 얻는 것이 올바른 삶이 아니냐고 나에게 반문하였다. 순간, 그 학생한테  내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화끈 거렸다. 그 청년의 사고 방식이 듬직하여 다시 한번 쳐다 보게 되었다. 사윗감으로 훌륭한 청년이 아닌가. 그 청년처럼 삶의 철학이 건전한 사람이 많을수록 내 조국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는 나라가 될 것이 틀림 없다.

   그렇다. 이제는 나도 ‘뜬 구름 잡기’를 여기서 멈춰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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