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등줄기를 이루는 Sierra Nevada는 요세미티, 세쿼이야, 킹스케년이 있는 곳을 Western Sierra라고 부르고 맘모스, Bishop, Onion Valley, Mt. Whitney가 있는 곳을 Eastern Sierra라고 부르는데 미국 국립공원의 아버지 ‘존 뮤어'가 미국의 보물이라고 극찬한 Eastern Sierra는 유럽에서는 물론 최근에는, 한국의 산악인들조차 버킷리스트에 꼽는 JMT(John Muir Trail)를 품고 있어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행운을 때때로 실감하는 곳이다. 뜨거운 여름을 걷어내고, 생기 가득한 가을을 맞고 싶어, 설렘과 일상탈출에 대한 동경으로 찾아온 ‘이스턴 시에라' 2박 3일 특별산행은 존 뮤어의 찬사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다시 확인한 시간이었다.
중부 캘리포니아 소도시 Lone Pine에서 Mt. Whitney 시작점 Whitney Portal (8,330 ft) 에서 등반을 시작한다. 올라갈수록 공기는 차가워지고 맑아진다. 여기서 2.8마일 거리 Lone Pine Lake까지는 퍼밋이 필요치 않아 북미 최고봉인 Mt.Whitney(14,505ft. 4421m) 트래킹을 조금은 즐기고 싶은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기묘한 암석층의 알라바마힐. 그리고 산허리 돌 때마다 나타나는 호수 호수들. 11,000 피트 Morgan Pass에서 숨을 고르며 그 이름들을 불러본다. Heart Lake, Box Lake Long Lake, Chicken Foot Lake, Gem Lake, Sabrina Lake, Blue Lake. 그 길을 순례하듯이, 인생의 짐인 듯 무거운 배낭을 지고 묵묵히 걷는 백인 청년, 바위 위에 손잡고 조각같이 앉아 호수를 응시하는 노부부, 호수에 비치는 맞은편 하이시에라 봉우리, 그리고 그 그림에 파문을 던지는 송어 낚시꾼들의 날렵한 손짓, 걸으며 느끼는 단순한 삶에 대한 애착, 샌드위치를 나누며 대원들과 교감하는 따뜻한 유대감, 이런 순간들이 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크리스탈의 투명함, 사파이어의 푸른빛, 에메랄드의 초록빛, 제각각의 색깔과 표정을 가지고 있는 호수들, 그저 멍하니 호수를 바라만 보아도 마음조차 어느새 호수같이 잔잔해진다. 명경지수, 무념무상. 신이 빚은 이 절경에서 우리의 예의는, 그저 조용히 머물다 조용히 떠나는 것.
▶가는 길; 5 North Fwy- 14 Fwy- Mojave 지나고-395 Fwy- Lone Pine 마을-Whitney Portal Rd-Left turn- Whitney Portal Trailhead. 밸리에서 200 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