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세 여성 환자가 몇 년 만에 출혈이 있어,“아, 이제 내가 다시 젊어지는구나”하고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생리통처럼 아랫배가 살살 아픈 느낌이 있었는데, 출혈이 시작되면서 통증은 사라졌고, 그래서 회춘하는 줄 알고 기뻐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출혈이 조금씩 계속 멈추지 않자, 갑자기 겁이 나서 병원을 찾으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은 것은 오래 전이라고 하셨습니다. 나이도 있고, 아이를 낳을 일도 없으니 산부인과에 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내진과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자궁내막이 심각하게 두꺼워져 있었고, 모양도 비정상적으로 우글우글 변형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바로 자궁내시경 검사를 시행하였습니다. 내시경으로 관찰한 자궁 안의 내막은 용종처럼 군데군데 볼록볼록 튀어나와 있었고, 일부는 두부비지처럼 흐물흐물한 모습이었습니다.
변형된 부위에서 조직검사를 시행해 의뢰한 결과, 자궁내막증식증으로 진단되었으며, 그 중 일부에서는 암세포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환자분은 생리가 다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자궁내막암으로 인해 자궁에서 비정상 출혈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출혈이 시작되자마자 병원을 찾아오셔서, 암세포가 자궁내막에만 국한된 상태였고,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자궁내막암 1기(일기)로 분류되며, 자궁적출술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합니다. 약물치료나 방사선치료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병을 그대로 두고 출혈을 방치하면, 암이 자궁내막을 넘어 자궁근육을 뚫고 퍼지기 시작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치료가 훨씬 어려워지고,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자궁암 검사, 즉 Pap smear는 자궁경부암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입니다. 자궁적출술을 받은 경우에도 Pap smear는 여전히 시행될 수 있는데, 이때는 질암이나 외음부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반면, 자궁내막암은 Pap smear로는 발견할 수 없습니다. 자궁내막암을 진단하려면 초음파 검사나 자궁내시경을 통해 자궁내막을 직접 관찰해야 합니다. 따라서 정기 검진 시 초음파 검사가 매우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경우에는 내진과 초음파 검사를 하다가, 자궁내막이 두꺼워진 상태가 발견되면, 자궁내시경을 통하여 변화된 자궁내막을 직접 보고 조사를 하는데, 자궁내시경이 없는 경우에는, 자궁내막 조직검사를 해서 암이나 증식증, 그리고 용종이나 섬유종 등이 있는지 살핍니다. 그러나 그냥 조직검사를 하는 것은, 자세히 내시경으로 살피고 변한 세포조직을 찾아서 조직 검사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도가 떨어지는 방법입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20만 건 이상 발생하는 자궁내막암은 주로 55세 이후의 여성에게서 생깁니다. 나이가 들어 생기는 자궁내막암은 세포의 돌연변이나 유전자 변화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젊은 여성에게서 여성호르몬 과다로 인해 자궁내막이 과도하게 증식되면서 생기는 자궁내막암과는 조금 다른 유형입니다.
폐경 이후 출혈이 있다면, 자궁내막암을 우선 염두에 두고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비정상적인 질 분비물이 나오거나, 피가 섞인 묽은 물 같은 분비물이 있거나, 특이한 냄새가 나거나, 소변 증상이 불편하거나, 아랫배가 살살 아프거나, 부부관계 시 통증이나 불편함이 있다면 정기 검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즉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내막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자궁내막암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또한 폐경 전 여성이라도, 월경 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출혈이 있다면 물론 다른 원인도 있을 수 있지만, 자궁내막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자궁내막이 비정상적으로 변하고 병이 생기며, 결국 암으로 발전하는 주된 원인은 호르몬의 불균형입니다.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 비만, 당뇨병 등이 있습니다. 특히 비만한 경우, 피하지방에서‘에스트론’이라는 약한 형태의 에스트로겐이 다량 생성되는데, 이것이 자궁내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암 발생 위험을 높입니다. 따라서 규칙적인 운동이 자궁내막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는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인 타목시펜(Tamoxifen)이 있습니다. 이 약물은 항에스트로겐 작용을 통해 유방 조직에서는 효과를 보이지만, 자궁내막에서는 오히려 반대 작용을 하여 자궁내막증식증을 유발하고, 나아가 자궁내막암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은 경우, 임신 경험이 없는 여성에게서 자궁내막암의 발생률이 높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 만난 이 환자분의 사례를 통해, 자궁내막암은 55세 이후에 많이 생긴다는 점과 함께, 나이가 들수록 산부인과 정기검진이 더욱 절실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계든 사람이든, 시간이 지나면 고장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단순한 원리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