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글>나비의 날개와 잿더미의 속삭임 -그림. 글 : 최윤정 (화가)-
2025.07.30 13:48

나비의 날개와 잿더미의 속삭임 -그림. 글 : 최윤정 (화가)-
팬데믹의 그 답답한 날들, 2020년의 세상은 마치 숨을 멈춘 듯했다.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자유를 잃은 기분 속에서 나는 Malibu를 운전하면서 보았던 나비를 떠올렸다.
멕시코에서 캐나다까지 목숨을 걸고 날아가는 모나크 나비… 그들은 짧은 생을 불꽃처럼 살며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간다. 그 자유롭게 다니는 여정이 부러워 내게 위로가 되었고, 내가 작업하던 자투리 가죽을 자르고 색을 입혀 나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주로 모나크의 주황빛 날개를 재현했지만, 때로는 노란 나비, 하얀 나비도 태어났다. 그중 색감이 완벽히 어우러진 하얀 나비를 전시회에 출품할 작품에 붙였다. 그 나비는 단순한 가죽 조각이 아니라, 내 마음의 조각이었다.
나비는 길어야 15일, 짧으면 10일 남짓한 삶을 산다. 그 짧은 시간 속에서 그들은 바람과 비, 포식자와 거리를 이겨내며 날아간다. 이 덧없는 생명은 내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묻는다. 삶은 왜 이리 짧은가? 죽음은 무엇을 남기는가? 그러다 팰리세이즈 화재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화재는 내가 가장 아끼던 작품들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다. 잿더미를 직접 보고 싶었고, 그것을 작품에 담아 새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그곳에 갈 기회를 갖지 못했다. 아직 통제구역이라서 들어갈 수 없었다.
재는 단순한 끝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게 더 깊은 질문을 던졌다.
재는 무엇인가? 그것은 파괴된 것들의 잔재, 소멸의 흔적이다. 하지만 철학적으로 보면, 재는 끝이면서 동시에 시작이다. 불꽃이 모든 것을 삼키고 난 뒤, 재는 고요히 남아 이야기를 속삭인다. 재는 삶이 한때 타올랐던 증거다. 그것은 무(無)로 돌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품은 침묵이다.
동양 철학에서는 모든 것이 순환한다고 말한다. 재는 흙으로 돌아가고, 흙은 다시 생명을 잉태한다. 서양의 연금술에서도 재는 변형의 첫 단계로 여겨진다.
나는 재를 만지며 삶의 덧없음과 동시에 그 안의 영속성을 생각했다. 모나크 나비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듯, 재 속에서도 무언가는 다시 피어날 준비를 한다.
재는 또한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친다. 내가 아끼던 작품, 그 소중했던 순간들은 불길 앞에서 한 줌 재로 변했다. 하지만 그 재는 나를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럽게 속삭였다.
“너의 삶도 언젠가 재가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최선을 다해 살아라.”
나비의 15일은 인간의 80년과 다르지 않다. 시간은 다르게 흐를 뿐, 우리 모두는 한정된 순간을 살아간다. 재는 그 한계를 상기시키며, 동시에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라고 말한다. 착하게 살자. 사랑하며, 진실하게, 그리고 용기 있게.
모나크 나비와 잿더미는 내게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삶은 짧고, 때로는 화재처럼 모든 것을 앗아간다. 하지만 그 끝에는 항상 새 시작이 있다. 나비는 날개를 펴고, 재는 바람에 실려 새로운 땅으로 흩어진다.
나는 이 나비들을 만들며, 그리고 재를 떠올리며 다짐한다. 짧은 삶이라도, 최선을 다해 날아오르자. 잿더미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심자. 그것이 나비의 여정이자, 우리의 삶이어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