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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jpg

   이제 9월이 되면, 잔인하도록 무더웠던 여름은 꼬리를 내리고, 가을이 성큼 다가오겠지요. 그리고 매년 기다리던 가을은, 하나의 브람스 곡을 듣지 않고는 결코 비껴갈 수 없는 계절로 다가왔습니다.

    브람스는 슈만의 아내인 작곡자 겸 피아니스트 클라라 슈만 Clara Schumann과 가까워지게 되었는데, 14살 연상인 클라라를 죽을 때까지 마음을 다해 사랑하였습니다. 아마 브람스 아버지가 17살이 많은 어머니와 결혼한 가정에서 느꼈던 정서가, 브람스가 연상의 클라라를 깊이 사랑할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겨울밤, 브람스는 클라라에게 유머와 연민을 섞어, 이렇게 썼습니다.

   “하느님이 허락하신다면, 오늘 이렇게 편지를 쓰는 대신 내 입으로 직접 당신께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다 죽어가고 있다고… 더는 눈물이 흘러 쓸 수가 없습니다. - 당신의 브람 왕자”

   이 편지는 단순한 유머처럼 시작했지만, 이 안에는 젊은 브람스가 느끼던 순수하고 절절한 감정이 녹아 있어, 읽는 이의 마음마저 떨리게 합니다.

   둘 사이의 감정이 시간이 더욱 깊어질 무렵, 브람스는 클라라에게 다음과 같은 애틋한 마음을 전합니다.

   “클라라, 사랑하는 클라라…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속에서 점점 더 행복과 평온을 느낍니다.

당신을 볼 수 없어 그리움이 커지지만, 그리움조차 기쁨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이미 그 감정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따뜻하게 느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리움이 커질수록 기쁨으로 다가온다는 이 문장 속에는, 브람스만이 줄 수 있는 절제된 사랑이 주는 깊은 위로와 평화가 담겨 있습니다.

   클라라도 브람스에게 순수하게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내 요하네스, 당신의 또 다른 편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처럼 그리움을 달콤하게 느낄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나에게 그리움은 오히려 고통일 뿐, 말로 다할 수 없는 슬픔으로 내 마음을 채웁니다.

안녕히 계세요! 늘 나를 따뜻하게 생각해 주세요. - 당신의 클라라”

   이 편지에는 사랑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복잡하면서 아름다운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클라라도 브람스를 깊이 그리워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의 감정은 거기까지였습니다. 브람스의 일생을 들여다보면 그의 음악이 왜 가을에 감상하기에 알맞은지, 왜 그토록 애절하고 우울한지 알 수 있습니다. 브람스처럼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면서도 평생 한 여인을 바라보며 가슴앓이를 한 작곡가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브람스 교향곡 제4번은 브람스 교향곡 중에서도 가장 진지하고 숙명적인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브람스가 1884년 여름부터 1885년 여름까지,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중의 뮈르츠추시라흐(Murzzuschlag) 라는 조용한 산악 마을에서 휴가를 보내며 작곡했습니다. 당시 브람스는 이미 50대 중반으로, 교향곡 3번 이후 1년 만에 다시 교향곡을 완성할 만큼 창작력이 왕성했지만, 동시에 마지막 교향곡이라는 인식 속에 삶과 예술을 돌아보는 심정으로 작곡했습니다. 교향곡 4번은 고전적 엄격함과 낭만적 감성이 절묘하게 융합된 작품이며, 1885년 마이닝겐 Meiningen에서 브람스 지휘로 초연되었습니다.

   브람스가 교향곡 4번을 완성한 1885년, 그는 이미 50대 중반이었고, 클라라도 60세에 가까운 나이였습니다. 그는 완성 후, 클라라에게 직접 피아노 2대용 편곡 본을 연주해 들려주었습니다.

   클라라는 일기와 편지에서 이 곡을 “심오하고 아름답지만, 너무도 슬프고 차갑다”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녀는 4악장의 파사칼리아(바흐 칸타타 BWV150 주제를 차용)를 들으며, 브람스의 숙명적인 고독을 강하게 느꼈다고 합니다. 애호가의 눈으로 보면, 이 순간은 마치 브람스가 평생 그녀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음악 속에 담아 건넨 것처럼 보입니다.

   교향곡 4번은 외형상 ‘비극적 교향곡’이지만, 그 안에는 브람스 자신의 삶, 고독, 그리고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녹아 있습니다. 저도 브람스 4개의 교향곡을 다 좋아하지만, 그중에도 카를로스 클라이버 Carlos Kleiber가 지휘한 4번 교향곡을 가장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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