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팽이 작곡한 이 곡은, 24개의 전주곡 (24 Preludes, Op. 28) 중 15번째 곡으로, 곡 전체를 통해 끊임없이 들려오는 내림 A 혹은 올림 G (A-flat or G-sharp) 음 때문에 "빗방울"이라는 제목이 붙은 아름다운 곡입니다. 비 오는 날의 분위기가 너무나 잘 어울려서 창문 밖으로 비 오는 거리를 내다보거나, 처마 밑에 서서 똑똑 떨어지는 빗물 (낙수)을 바라보고 있는듯한 매력적인 분위기가 살아 있는 듯 느껴집니다.
미국의 집 구조가 한국과 달라서, 마루 끝에서 마당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즐거움과,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낭만을 느낄 수 없어서 아쉬웠었는데, 애틀랜타로 이사 온 후, 비가 내리는 아침이면, 커피 한잔 들고, 뒷문을 열고 덱 Deck에 앉아 내리는 비에 촉촉이 젖어 드는 숲을 바라보는 것도 큰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11월 말이 가까워져 오니, 서서히 겨울 장마가 시작되네요. 그래도 날씨가 쌀쌀해서 집안에서는 습도가 LA만큼 낮아져서, LA에서도 겨울만 되면 찾아오던 불청객, 손이 트는 일이, 여기에서도 시작되네요.
쇼팽이 26세가 되던 1838년에 당시 유명한 여류 소설가 조르주 상드 (George Sand)를 만났는데, 서로가 한눈에 반해버렸습니다. 동거에 들어간 쇼팽과 상드는, 쇼팽의 폐병 치료를 위해 지중해에 있는 마호르까 (Majorca)라는 섬으로 떠났고, 그곳 작은 농가에 작은 거처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좋은 날씨를 기대했던 기대와는 달리 악천후로 병이 더 악화한 쇼팽은 근처 수도원으로 거처를 옮깁니다.
쇼팽이 발데모사 수도원에서 24개 곡의 전주곡을 완성하는 동안, 조르주는 쇼팽을 위해 약을 구하러 나갔는데, 돌아오는 밤길은, 사람들이 급류에 떠내려갈 만큼 억수같이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조르주가 엄청난 폭풍우를 뚫고 수도원에 돌아와 보니, 방안에는 빗방울이 건반 위에서 흘러넘치고 있었습니다.
쇼팽은 슬픈 표정으로 피아노에 앉아 눈가에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조르주를 바라보며,“나는 당신과 아들이 이 엄청난 폭풍우 속에서 함께 죽은 줄로만 알았소 …“ 아마 사랑하는 조르주를 힘들게 하는 소나기가 쇼팽의 마음속에서는 눈물로 변했나 봅니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후세의 사람들이 이 곡을 전주곡 Op. 28 중 15번 D 플랫 장조를“빗방울 전주곡”이라 이름 붙였다 합니다.
아마 이 전주곡이 조르주가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평온하게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쇼팽의 간절한 사랑이 담겨 있는 듯 느껴집니다.
여기 애틀랜타도 올해 여름은 무척 길었고, 무더웠습니다. 제가 살았던 산타 클라리타시도 원래 더운 지역이어서, 한줄기의 시원한 빗줄기가 너무나 그리웠던 여름이었을 것입니다.
조르주를 향한 쇼팽의 마음처럼, 처마 끝에서 서로 사이좋게 떨어지는 빗방울로 인해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우리가 모두 바라고 있는, 빗님이 여름에는 LA 지역에 며칠 동안만이라도 촉촉이 적셔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었는데, 애틀랜타로 온 후에는 빗님이 뒷마당에 빽빽이 들어선 나무를 원 없이 적시고 있습니다.<*>
<사진은 작년 늦가을, 낙엽이 다 떨어진 저희 뒷마당을 찍은 사진입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저녁노을과 크리스마스 케롤송을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