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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로 이사 온 지 2번째로 겨울을 맞았습니다. 작년도 눈이 오고, 영하의 날씨도 있었는데도 별로 추웠다는 생각 없이 보낸 것 같은데, 올겨울은 12월이 들어서면서, 쌀쌀한 날씨가 이어졌는데, 지난주부터는 계속 새벽이 영하로 내려가서 쌀쌀하고, 주말에는 눈까지 예보가 되어있습니다. 

   제가 Newhall에 살 때에는 1-2시간 이내에 바다를 보고 싶으면 Oxnard 해변으로 가고, 눈을 보고 싶으면 National Angeles Forest 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애틀랜타에서는 갈만한 곳이 별로 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4-5시간 가야 바다와 눈을 볼 수 있습니다. 

   구경할 곳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에 살 때에는 그 고마움을 몰랐는데, 겨울에 1-2시간만 가도, 눈 구경을 할 수 있고, 스키를 탈 수 있는 LA가 그립습니다.

   프란츠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환상곡 C장조 D.93”는 작곡가의 말년인 1827년 12월, 빈에서 쓰인 작품으로,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정서가 깊이 스며 있는 대작입니다. 이 시기의 슈베르트는 이미 건강이 크게 악화해 있었고,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속에 놓여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음악은 가장 깊고 자유로운 경지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베토벤이 1827년 3월에 세상을 떠난 직후의 빈 음악계에서, 슈베르트는 형식적 완결성보다 기억, 회상, 노래하는 내면에 더 큰 가치를 두는 말년의 양식을 확립해 가고 있었으며, 이 작품 역시 그러한 흐름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은 당대의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슬라비크 Josef Slavik를 염두에 두고 작곡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단순한 실내악을 넘어 협주곡에 가까운 규모와 기교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의 중심에는 슈베르트 자신의 가곡 “Sei mir gegr-ßt! 안부를 전해주오"의 선율이 놓여 있는데, 이 가곡의 그리움과 회상의 정서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적 핵심입니다. 즉, 이 곡은 기악 작품이지만, 그 내면에는 슈베르트 특유의‘노래’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음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1828년 2월, 빈에서 보클레트 Bocklet와 슬라비크 Slavik의 의해 초연되었으나, 당시 비평가들로부터 혹평과 박수조차 없이 평가절하되었다 합니다. 

   형식적으로는 하나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음악은 서주에서 시작해 주제 제시, 변주, 그리고 화려한 종결부로 이어지며 마치 여러 장면이 연속되는 서사처럼 전개됩니다. 서주의 느리고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피아노가 공간을 열면, 바이올린은 인간의 목소리처럼 노래하며 등장합니다. 이어지는 밝은 C장조의 부분은 겉으로는 명랑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는 회상의 빛이 깔려 있습니다. 작품의 중심부인 변주 구간에서는 가곡의 선율이 여러 모습으로 변형되며, 그리움과 체념, 따뜻한 기억이 교차하고, 마지막에는 화려하고 기교적인 종결부가 등장하지만, 완전한 승리감보다는 슈베르트 특유의 여운과 거리감을 남깁니다.

   이 작품은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동등하게 대화하는 환상곡이자, 가곡과 기악의 경계를 허문 말년 슈베르트 미학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밝은 C장조라는 외형 속에 깊은 고독과 초월의 정서를 품고 있는 이 곡은, 낭만주의 실내악의 중요한 이정표로서 이후 슈만과 브람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에도“노래를 잊지 못한 작곡가가 남긴 가장 긴 회상”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저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마당 장독대 위에 소복히 눈이 내리는 날이 연상됩니다. 이곳 애틀랜타 주말에 눈이 예보되어 있으니, 눈이 내리면,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려 마시면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이 곡을 감상할까 합니다. 여러분들은 이 곡의 1악장이 시작으로 바이올린이 주제를 연주하기 시작하면, 하늘에서 함박눈이 조용히 장독대 위에 내리는 정경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오는 2월 중순에 LA를 방문하면, 제가 좋아하는 395번을 달려, 깊은 숲속에 있는 Bishop, Mammoth Lakes 그리고 June Lake에 가서 슈베르트 Fantasy in C를 들으며, 눈 구경 실컷 하고 애틀랜타로 돌아갈 겁니다.<*>슈베르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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