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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아름다운 피아노 곡이라는 수식어가 따르는 피아노 소나타 21번은, 그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이자 성숙한 작품 중 하나로, 1828년, 그의 생애 마지막 해에 작곡되었으며, 그의 음악적 성숙과 예술적 깊이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여겨집니다. 

   슈베르트는 생애 마지막 몇 년 동안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하였습니다. 그는 말기 매독에 시달렸는데, 그의 창작 활동과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가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도 건강 못지않게 그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는 소규모 애호가들에게는 사랑을 받았지만,  상업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에, 항상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 살았습니다. 

   이런 환경으로 인해, 슈베르트는 사회적으로도 고립되었고, 많은 시간을 홀로 작곡하며 보냈으며, 그러나 이러한 고립은 그의 음악에 깊이 있는 내면성과 성찰적인 특성을 더해주었습니다. 이 모진 환경이 그로하여금 자신의 음악적 성숙을 극대화하게 했습니다. 

   이 시기에 피아노 소나타 21번이 작곡되었으며, 이 작품은 그의 내면적인 세계와 음악적 진정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그의 삶과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의 창작 능력과 감성적 깊이의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소나타 21번은 깊은 감정과 음악적 성숙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1악장은 명상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이며, 2악장은 슈베르트 특유의 감성적인 멜로디와 내면의 섬세함과 감성의 깊이를 느끼게 해 줍니다. 3악장은 경쾌하고 리듬감 넘치는 분위기이며, 4악장은 역동적이고 힘찬 클라이맥스로 이 작품을 마무리합니다. 

   저는 소나타 21번과 더불어 즉흥곡 작품 90과 142의 8곡과 방랑자 환상곡을 참 좋아합니다. 특히 마음이 울적할 때 듣기를 좋아합니다. 세 작품 모두가 가슴을 적셔주는 아름다운 곡들일 뿐만 아니라, 새벽 풀잎에 맺힌 수정같이 깨끗하고 맑아서, 나 자신의 탁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음의 거울 같은 곡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수가 서려 있고, 꿈꾸는 듯한 이 아름다운 곡은 어지러운 세상으로부터 순수한 나 자신의 모습을 되찾아 줍니다.  

  저는 피아노 소나타 21번 1악장을 들을 때마다, 방랑자 환상곡을 연상합니다. 찬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에 거리로 내어 몰린 병들고 의지할 곳 없는 한 나그네의 서러움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옵니다. 치명적인 병과 가난으로 인해 한 발짝씩 죽음으로 내몰리는 이 가난한 천재 작곡가는, 끓어오르는 창작의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오선지 위에 떨어지는 눈물을 훔치면서 이 곡을 작곡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슈베르트가 자신이 앓고 있었던 절망적인 질병의 극복을 위해, 자신에게 희망을 불어넣기 위하여 작곡했을지도 모릅니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었던 슈베르트는 거의 베토벤을 숭배할 만큼 존경했으며, 베토벤이 죽기 1주일 전인 1827년 3월에 베토벤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이 만남에, 슈베르트가 가지고 온 악보를 본 베토벤은 감탄을 금치 못했으며, 슈베르트에게 “자네는 분명 세상을 빛낼 수 있는 훌륭한 음악가가 될 것이네. 그러니 부디 용기를 잃지 말게”… 슈베르트는 일주일 후, 베토벤의 장례식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1년 후, 1828년 11월에는 슈베르트 자신도 평소 존경하던 베토벤의 묘 옆에 묻혔습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세곡에 대한 인터뷰에서 “맑고 투명하다 못해 하늘이 보이는 착각이 들죠. 어쩌면 슈베르트 음악은 하늘과 땅을 연결해 주는 것 같아요. 소나타 세 곡을 들어보면 19번은 땅에 있는 곡, 20번은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곡, 마지막 21번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곡 같아요. 슈베르트는 어떻게 이런 곡들을 30대에 작곡했을까 경이롭다는 감탄만 나와요 …”

   가을이 브람스라면 겨울은 슈베르트라 생각합니다. 겨울 나그네가 그러하고 현악 5중주곡 C장조가 그러하며, 즉흥 환상곡 90번, 142번, 방랑자 환상곡, 피아노 소나타 21번이 그러합니다. 

올겨울에도 저의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해 주는, 슈베르트 음악을 듣고 또 들어야겠습니다.<*>

슈베르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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