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키 155cm의 자그마한 키와 체격, 장바구니 들고 시장에서 만나도 그냥 스쳐 지나갈, 지극히 평범한 외모의 할머니. 그러나 그녀의 경력과 내공은 참으로 비범하다. 한국 여성 산악인 송귀화 씨가 2023년 12월 25일 남극 최고봉 “빈슨 매시프"(4,892m)를 등정하며, 세계 여성 최고령 7대륙 최고봉 완등자로 우뚝 섰다. 1949년 10월생으로 완등일 당시 나이는 74세이다. 나이를 염두에 두면 이 기네스 기록은 오랫동안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 될 것이다. 젊은 시절, 파독 간호사로 독일을 가고 싶어 자격증을 땄는데 마침 파견이 중단되며 보건소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다. 그때부터 놀러 다니듯이 다닌 산행에서 등산의 재미에 빠져든다. 공무원 해외여행 자유화가 실시된 1996년부터 해외 원정을 시작하여 1997년 유럽 최고봉 “엘부르즈"(5,642m), 1998년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5,895m), 2000년 북미 최고봉 “데날리"(6,194m), 2001년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6,959m), 2006년 오세아니아 최고봉 "코지어스코", 그리고 2007년 58세에 “에베레스트"에 오르며 한국 여성 최고령 기록을 갖게 된다. 2000년 데날리 원정 때는 주지하다시피, 셰르파나 포터가 없이 필요한 모든 짐을 스스로 지고 히말라야보다 더한 극한의 날씨를 견디며 올라야 한다. 한 달 가까운 원정 기간, 휴가가 허락되지 않자 과감히 사표를 내며 22년간의 공직 생활을 접는다. 마지막 남은 남극 “빈슨 매시프" 도전까지 16년의 세월이 걸린 것은, 순전히 8,000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원정경비 때문이었다. 알려지지 않은 고령의 아마추어 여성 산악인에게 표나지 않는 후원이란 건 언감생심이다. 결혼도 하지 않고, 인생의 거의 전부를 걸어 26년의 긴 세월을 묵묵히 걸어온 그녀의 7대륙 최고봉 여성 최고령 등정 기네스 기록 달성조차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걸 해서 만족할 뿐,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얘기한다. 저리 담담할 수 있는 경지는 어떻게 오를 수 있을까? 궁금하다.

   LA 카운티에서 가장 높은 산인 Mt.Baldy(10,064피트)는 높이나 웅장한 산세, 변화무쌍한 모습에서 다른 산들과 차별화되지만 눈 내리는 겨울, 알프스산맥 못지않은 그 위용은 사뭇 장엄하다. 남가주 최고의 명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해외, 고산 원정을 앞둔 산악인들이 트레이닝 코스로도 즐겨 찾는 곳이다. 그만큼 발디산의 겨울 산행은 엄격함을 요구한다. 장비나 준비 소홀 및 기상을 무시한 무리한 산행과 나홀로 산행으로 해마다 등반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위험이 상존하는 산이다.

   2023년 1월 말, 30년 만의 큰 폭설이 내린 발디볼 직동루트로 무리한 홀로 산행에 나섰다가 정상에서 만난 폭풍설과 화이트 아웃으로 조난에 빠진 베테랑 산악인 75세 정진택 씨. 가족들의 실종신고, 구조대의 수색과 악천후로 수색 중단, 조난사로 포기할 때쯤 눈 속에서 2일간 비박 후 실종 58시간 만에 지나던 등산객에게 구조요청을 하며, 죽음 일보 직전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바 있다. 그 며칠 전에는 헐리웃 배우 “줄리안 샌즈"가 나홀로 산행에서 실종, 이틀 후 시신으로 발견되고, 2024년 2월3일 홀로 산행에 나선 여성이 발디산 입구에서 차량 운전 중 눈길에 미끄러지며 100피트 아래로 추락, 나흘간 차량에 갇혀있다 지나던 등산객에게 발견되어 생환의 기적을 맛본다. 그리고 발디산으로 4일 홀로 눈 산행에 나섰다가 실종됐던 22살 아시안 여성, 이 칼럼 자료 준비 중인 2월 11일, 실종 일주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가슴 아픈 소식을 접한다. 최근의 겨울 폭풍우로 눈 폭탄을 맞은 Mt. Baldy. 하얗게 띠 두른 설산에서는 그렇게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중이다. 그래도 오늘의 기상 상황은 매우 좋음. 주차장이 있는 맹커플랫에 들어서니 이미 설국이다. 체감온도는 이미 영하권. 거친 입김을 뱉으며 쳐다본 안토니오 폭포는 짙은 운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폭포를 지나 10여 분, 왼쪽 좁은 트레일로 들어섰으나 쌓인 눈으로 등산로는 보이지 않는다. 앞서간 발자국을 따를 수밖에. 울창한 파인트리마다 이고진 눈 무게에 겨워 늘어진 가지 사이 눈꽃 터널을 지나면 다음엔 어떤 설경이 우리의 감탄을 자아낼까, 동심으로 돌아간 마음은 마냥 부푼다. 흑과 백의 한 폭 수묵화 속에 우리는 기꺼이 한 줌 소품이 된다.

   높이; 10,064피트. 왕복; 9.2마일.  등반고도; 3,904피트. 난이도; 5(최고 5). 등급; 4 (최고 5) 가는 길 ;118(E)- 210(E)-Base Line에서 내려 좌회전- 좌회전- 첫길에서 우회전- Mt Baldy Rd 나오면 우회전- 터널 지나고- Village 에서 2마일- 두 갈래 길에서 왼쪽으로 2마일 맹커플랫 주차장. <*>

 

산행1.jpg

 

산행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