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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번잡한 도심의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일탈감을 주는 자유로움이 아닐까.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넌다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을 느끼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소설의 내용은 잊었어도 그 제목은 지금도 강렬히 기억한다. 삶이 무거울 때면 해방구처럼 나를 꿈꾸게 하던 “그 섬에 가고 싶다". 그 섬은 쉽게 갈 수 없는 곳이어야 한다. 그 섬은 일상과는 무관한 곳이어야 한다. 그 섬은 문득문득 나를 흔들어 놓는 그 무엇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 섬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 “채널 아일랜드 산타크루즈”이다. 

   태평양 미 서부 해안은 희한한 곳이다. 한국의 작은 남해에만도 1,700여 개의 섬이 있는데, 2,000 마일에 달하는 길고 긴 미 서부 해안에 고작 채널 아일랜드의 8개 섬이 전부이다. 미국 62개 국립공원 중 2개의 해상 국립공원이 있는데, 동쪽 플로리다주 비스케인 국립공원과 서쪽 채널 아일랜드인데, 그 빼어난 경관과 생태학적인 중요성으로 1980년 제1호 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된다. 5개의 섬 중 산타크루즈는 6만 5천 에이커의 크기에 21마일의 길이로 가장 큰 섬인데 섬 일부 지역이 민간 자연단체의 소유로서 사전 허가를 받아야 상륙할 수 있다. 갯내 상큼한 바닷바람 속의 벤추라 항구에 소풍 나온 학생들, 마냥 들뜬 대원들의 반가운 인사도 잠시, 아담한 크루즈에 60여 대원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물살을 가르는 배의 작은 진동이 익숙해질 때쯤, 선내 방송이 돌고래들이 나타났음을 알려준다. 앞에서 옆에서 춤추듯 따라오고 앞서가며 눈앞 가득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질주하는 돌고래들의 유영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지고 그 멋진 장관을 휴대폰으로 추억에 담는다. 

   배에서 내려 Scorpion Anchorage에서 레인저로부터 주의 사항을 듣고 Cavern Point 트레일로 들어선다. 이 트레일은 해안선을 따라 Potato Harbor에서 Camp로 돌아 나와 Scorpion Canyon Loop Trail까지 도는 총 0.5마일 코스이다. 수만 년 풍상에 다듬어진 기암절벽이 늘어선 해안가와 태평양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트레일의 절반은 해안 절벽 위를 걷는 느낌이다. 멋진 파노라마 전망과 함께하는 이 트레일을 끝없이 걷고 싶다는 마음은 비단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19세기 한때 섬 곳곳에 목장이 들어서고 목축업이 번성했었던 흔적이 여기저기 희미하게 남아있다. 황폐화 되어가던 자연환경이 국립공원 지정으로 거의 완벽히 생태계가 복원된 성공적인 미국 국립공원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준 교과서라고 할만하다. 트레일 곳곳의 이름 모를 야생화와 유채꽃 무더기 뒤로 햇살에 반짝이는 쪽빛 바다의 대비, 어떤 보석이 어떤 풍경화가 저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 주변 절경에 취해 걷다 보니 떠나는 사람만이 흐르는 시간을 잠시 멈추고, 그 시간 속에 추억을 새길 수 있음을 절감한다. 더러는 비워놓고 살 일이다. 생각을 비우고, 마음도 비우고, 그 빈 공간에 오늘 가득 채운 바다와 섬의 추억은,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 문득문득 나를 흔들어 놓으리라.

 

가는 길; 101 (N)- Victoria Ave에서 Exit- 좌회전-Olivas Park Dr에서 우회전- Spinnker-크루즈 파킹장.<*>

 

산행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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