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침 8시 30분쯤 되었을까? 

  유난히 바쁜 어느 날, 80대의 노신사가 엄지 손가락의 봉합사를 제거하기 위해 우리 병원을 방문했다. 

  그는 9시에 약속이 있어서 매우 바쁘다고 하며 나를 다그쳤다. 아직 의사들이 출근하기 전이어서 그를 돌보려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았다.

  하지만 시계를 연신 들여다보며 초조해 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내가 직접 돌봐 드리기로 마음을 바꿨다. (때마침 나는 한가한 편이었다.)

  나는 노신사의 상처를 치료하며 그와 대화를 나눴다. 

  "서두르시는 걸 보니, 혹시 다른 병원에 진료 예약이 있으신가 보죠?"라고 물으니, 노신사는 

  "요양원에 수용되어 있는 아내와 아침 식사를 해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부인의 건강상태를 물으니, 

  노신사는 "아내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요양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부인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으며, "어르신이 약속 시간에 조금이라도 늦으시면, 부인께서 언짢아하시나 보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신사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아뇨, 아내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지 5년이나 됐는걸요."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부인이 선생님을 알아보시지 못하는데도 매일 아침마다 요양원에 가신단 말입니까?" 

  노신사는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고 말했다. 

  "그녀는 나를 몰라보지만, 난 아직 그녀를 알아본다오."

 

  노신사가 치료를 받고 병원을 떠난 뒤, 나는 흐르는 눈물을 애써 참아야 했다. 내 인생을 걸고 찾아 왔던 사랑의 모델을 드디어 발견했다는 기쁨에~

  진정한 사랑은 육체적인 것도 로맨틱한 것도 아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있는 그대로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출처: 동강사랑의 작은 이야기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94 간접 살인 -수필가 이진용- file Valley_News 2023.03.29
» 감동의 글: 어느 병원장의 이야기 Valley_News 2023.03.29
92 <우산> -김수환 추기경- Valley_News 2023.03.29
91 이 사람의 말-전세계 사로잡은 젤렌스키 연설 file Valley_News 2023.03.29
90 오렌지 - 수필가 이진용 - file Valley_News 2023.02.26
89 말씀 한 마디- 카잘스가 말하는 평화 file Valley_News 2023.02.26
88 나의 아름다운 여신들: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 -곽설리- Valley_News 2023.02.26
87 <이 사람의 말> 얼마나 사랑했는가, 얼마나 사랑받았는가 -60년 연기 인생, 배우 김혜자의 말말말 file Valley_News 2023.01.30
86 감동의 글: 14개의 계단 file Valley_News 2022.12.30
85 감사를 외치는 행복 -2023년 새해를 맞으며 - 소설가 윤금숙 - Valley_News 2022.12.30
84 된장국 -시인 나태주 - file Valley_News 2022.12.30
83 감사 십계명 -찰스 스펄전- Valley_News 2022.12.01
82 <이 사람의 말> "이게 뭡니까?" 김동길 교수가 남긴 말들 file Valley_News 2022.12.01
81 감동의 글: 사과 좀 깎아 주세요 file Valley_News 2022.12.01
80 감동의 글 : 아버지의 생일 file Valley_News 2022.10.31
79 감동의 글 :얼마나 추우셨어요? Valley_News 2022.10.31
78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 file Valley_News 2022.10.31
77 천국으로 이사한 친구를 그리며 -강 완 숙- file Valley_News 2022.10.31
76 감동의 글- <계란 후라이> 올림픽 사격 3관왕 권진호 이야기 Valley_News 2022.09.27
75 천 번째 편지 -고 희 숙 - file Valley_News 2022.09.2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