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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 많은 저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많은 책 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책이 <눈물 한 방울>이다.

  “나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 그것은‘눈물 한 방울’이었다.”

  이 책은 이어령이 2019년 11월부터 영면에 들기 한 달 전인 2022년 1월까지 삶을 반추하고 죽음을 독대하며 써내려간 미공개 육필원고를 모은 것이다.

  출판사의 책 소개를 옮겨본다.

  “탁월한 통찰력으로 문명의 패러다임을 제시해온 시대의 지성 이어령이 생의 마지막 순간 남긴 새로운 화두, <눈물 한 방울>.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작은 눈물방울에서 그는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씨앗을 보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추억부터 가장 작아서 가장 큰 가치‘눈물 한 방울’까지, 세상을 놀라게 한 자유로운 사유와 창조적 영감부터 병마와 싸우며 가슴과 마음에 묻어두었던 절규까지, 

  끝까지 펜을 놓지 않고 생명과 죽음을 성찰한 인간 이어령의 마지막 말.”

  미망인 강인숙 관장의 말씀에 따르면, 암으로 몸이 많이 아파서 컴퓨터 더블 클릭이 안 될 때, 육필로 쓴 글이라고 한다. 단 한 순간도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다는 절박함이 가슴 아프다.

  <눈물 한 방울>의 몇 구절을 함께 읽는다. 

                                          ★

자신을 위한 눈물은 무력하고 부끄러운 것이지만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눈물은 사랑의 씨앗’이라는 대중가요가 있지만 ‘눈물은 희망의 씨앗’이기도 한 것이다.

                                          ★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 눈물방울의 흔적을 적어 내려갔다. 구슬이 되고 수정이 되고 진주가 되는‘눈물 한 방울’. 피와 땀을 붙여주는‘눈물 한 방울’. 쓸 수 없을 때 쓰는 마지막‘눈물 한 방울’.

                                       ★

  지금까지 나는 의미만을 찾아다녔다. 아무 의미도 없는 의미의 바탕을 보지 못했다. 겨우겨우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의미 없는 생명의 바탕을 보게 된다. 달과 별들이 사라지는 것과 문자와 그림들이 소멸하는 것을 이제야 본다. 의미의 거미줄에서 벗어난다.

                                     ★

  아주 사소한 것들에 행복해하는 사람들에게 그 재앙은 너무 큽니다. 큰 욕심, 엄청난 것 탐하지 않고 그저 새벽 바람에도 심호흡하고 감사해하는 저 많은 사람들,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거기에 제 눈물도요. 그들은 눈물이라도 솔직히 흘릴 줄 알지만, 저는 눈물이 부끄러워 울지도 못해요.

 

  감사합니다. 코를 푼 휴지가, 클린샷. 네이트 아치볼트가 던진 농구 볼처럼 휴지통에 들어갔네요. 그래서 기뻤습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루 종일.

                                     ★

‘아! 살고 싶다. 옛날처럼’ 외치다

눈물 한 방울

벌써 옛날이 되어버린 오늘 하루.

 

   코로나만이 아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한다.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세상으로.

누구에게나

남을 위해서 흘려줄

마지막 한 방울의

눈물

얼음 속에서도 피는 기적의 꽃이

있다. 얼음꽃

                                     ★

  많이 아프다. 아프다는 것은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신호다. 이 신호가 멈추고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것이 우리가 그처럼 두려워하는 죽음인 게다. 고통이 고마운 까닭이다. 고통이 생명의 일부라는 상식을 거꾸로 알고 있었던 게다. 고통이 죽음이라고 말이다. 아니다. 아픔은 생명의 편이다. 가장 강력한 생(生)의 시그널.

                                           ★

한 발짝이라도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걷자.

한 호흡이라도 쉴 수 있을 때까지 숨 쉬자.

한 마디 말이라도 할 수 있을 때까지 말하자.

한 획이라도 글씨를 쓸 수 있을 때까지 글을 쓰자.

마지막까지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을 사랑하자.

돌멩이, 참새, 구름, 흙 어렸을 때 내가 가지고 놀던 것, 쫓아다니던 것, 물끄러미 바라다본 것.

그것들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었음을 알 때까지

사랑하자.

                                          ★

누구에게나 마지막 남은 말,

사랑이라든가 무슨 별 이름이든가

혹은 고향 이름이든가?

나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

시인들이 만들어낸 말은 아닐 것이다.

 

이 지상에는 없는 말, 흙으로 된 말이 아니라

어느 맑은 영혼이 새벽 잡초에 떨어진 그런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이 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내 몸이 바로 흙으로 빚어졌기에

나는 그 말을 모른다.

죽음이 죽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

 

이어령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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