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문득 궁금해진다. 언제부터일까, 이유는 뭘까. 계절은 순서가 

있을까. 왜 봄을 늘 첫 자리에 놓아 시작하는 것일까. 한국말 뿐 

아니라 영어에서도 Spring을 제일 먼저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봄이라는 단어는 희망과 따뜻함의 상징이자, 새로운 시작이라는 강한 느낌을 갖게 한다. 

   새해를 맞고 벌써 두 달이 지나면서 늘 해왔던 대로 묵은해의 마지막 날에 다짐했던 그 마음이 서서히 힘을 잃어감에 또다시 우울해진다.

참으로 이상한 시절을 지나고 있다. 6.25전쟁이 끝나갈 무렵에 태어난 나는 그래도 암울했던 일제와 전쟁의 참혹함을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운 좋은 세대라 감사하며 살아왔다. 참으로 역사는 인간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끌고 다니는가 보다. 

   인간의 능력으로 불가능한 것이 없어 보일만큼 현대과학의 발전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시대에 소리 없이 스며든 전염병의 창궐은 인류가 이루어 놓은 바벨탑을 조롱이나 하듯 온 지구를 흔들어 놓고 있다.

  언제나 시작은 설레는 것, 내가 태어남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많은 사람의 축복이 있었으리라. 주어진 환경에 따라 알 수 없는 길 위에서 때론 헤매고, 가끔은 게으름도 피우며 오늘을 만들었다. 누가 그 여정을 판단하리요. 세상적 표준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눈에 보이는 성취도를 계산한다 해도 내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뿐이다. 모두의 삶은 비교할 수 없는 개별의 가치를 지니는 때문이다.

   지나간 자리는 많은 이야기를 남긴다. 이제 인생 70의 고개를 넘는 즈음에 이르러 이 봄이 주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 

   거창한 목표는 필요하지 않은 듯하다. 오히려 그동안 지녀왔던 욕심마저도 내려놓아야 하는 때다. 그저 매일매일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목표를 꿈꾸려 한다. 몸과 마음의 움직임도 조금씩 속도를 줄여야 한다. 목적지 가까이에 다가갈수록 신호등을 잘 주시하며 방향을 잃지 않도록 정신을 차릴 일이다.

   새해를 맞은 사흘 후 사랑하는 친구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까지 함께 다녔고, 미국 이민으로 다시 만난 후 참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60년 가까운 동안 삶을 나누던 깊은 인연을 지닌 우리였다. 얼마나 오랜 사랑의 기억인가. 

   지난 2년이 넘도록 고통 속에서 무던히도 잘 견디어 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제 그녀는 희망 가득한 또 다른 세상의 봄을 찾아갔다고 믿는다. 벌써 친구가 보고 싶다. 

   문득 나를 일깨우는 사실이 있다. 지금이 바로 주어진 의무에 충실하느라 한눈팔지 않고 달려온 길에서 벗어날 때다. 하고 싶은 일을 바로 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어느 만치 세상이 내어준 숙제를 잘 마쳤다고 자신한다. 이젠 나만을 위해 시간과 열정을 내어주고 싶다. 

   비록 팬데믹이라는 장애물이 아직 선선히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조심스레 새 길을 찾아 나서리라. 늦기 전에. 어느 날 후회하며 마음 아파하지 않기 위하여 나만의 봄을 두 팔 벌려 맞으리라.

   저기 꽃향기 가득 실은 봄 수레가 내게로 다가오고 있다.<*> 

꽃마차.jpg

 

 

  1. No Image

    문학교실의 아름다운 사람들 - 윤금숙 소설가

    교회 시니어 칼리지 <문학교실>을 맡은 지가 어느덧 7년째가 됩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잠시 쉬었다가, 이번 가을학기부터 다시 강의를 시작하고 보니 수강생들의 열기가 한층 뜨거워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수강생들의 수준을 잘 몰라 수필은 어떻게 ...
    Date2021.10.05 ByValley_News
    Read More
  2. 맹노인의 눈물 -수필가 이진용-

    효도 효(孝)자는 자식이 노인을 업고 있는 형상이다. 孝자를 접할 때마다 이웃집에 살던 맹노인이 떠올라 가슴이 아파진다. 그는 1980년대 초 여동생의 초청으로 미국에 이민오게 되었다. 그에게는 아들만 삼 형제가 있는데 큰아들은 중학교 2년생, 두 아들은...
    Date2023.08.31 ByValley_News
    Read More
  3. 말씀 한 마디- 카잘스가 말하는 평화

    “나는 카탈로니아 사람입니다. 오늘날은 스페인의 한 지방입니다만, 카탈로니아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였습니다. 나는 카탈로니아의 짤막한 민요 한 곡을 연주하겠습니다. 나는 이 곡을 14년간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꼭 연주...
    Date2023.02.26 ByValley_News
    Read More
  4. 마지막 미역국 -행복이 블로그 <행복 충전소>에서 -

    나는 뇌종양 말기 환자입니다. 날마다 고통에 시달리는 나의 모습은 거의 발악 수준입니다. 이젠 방사선 치료조차 의미가 없어지고 죽는 날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냄새도, 미각도 이제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족들은 나를 위해 내 앞에서...
    Date2022.03.03 ByValley_News
    Read More
  5. 된장국 -시인 나태주 -

    된장국 어머님, 갑자기 날씨 쌀쌀해진 요즘 며칠 아내가 끓여주는 뜨뜻한 시래기 된장국 먹으니 어머님 생각납니다 고향의 그 나날이 비어가는 들판이, 길 모퉁이가, 언덕이, 당신의 손등처럼 까칠해져가는 고향의 나무들이 눈에 밟힙니다 고추밭과 채전밭이,...
    Date2022.12.30 ByValley_News
    Read More
  6. No Image

    다시 읽는 글: <일상의 기적> -소설가 박완서-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
    Date2023.04.26 ByValley_News
    Read More
  7. No Image

    내게 특별한 우리 말 -박 복 수 시인, 수필가-

    나의 작은 실수로 불쾌한 일이 있었다. "머리 뚜껑이 열리네요."라는 이메일은 너무 놀라운 일이었다.‘우리 사랑하는 멋진 천사언니~’라 부르는 동생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다툼은 할 생각을 말라. 현명한 사람도 무지한 자와 다투면 무지...
    Date2021.01.04 ByValley_News
    Read More
  8. No Image

    남은 삶의 여정 -이명렬 작가-

    매주 토요일 아침 6시면 <SBRT 마라톤> 회원들은 토런스에 있는 엘레티로(El Retiro) 공원에 모여 준비운동을 하고 레돈도비치 바닷가 옆으로 뛰며, 걸으며 10여년 넘게 운동을 하고 있다. 나는 이제는 나이가 많아 뛰지는 못하고, 굽이치는 바다 파도와 멀리...
    Date2023.12.29 ByValley_News
    Read More
  9. No Image

    나의 아름다운 여신들: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 -곽설리-

    봄이다. 봄은 늘 가슴 속에 미처 말하지 못하고 오래오래 키워온 아름다운 꽃망울들을 터뜨리며 온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시련이 많았기에 어느새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봄의 기척이 느껴지며 셀리의 시가 떠오른다. 오, 나를 일으키려마, 물결처럼, 잎새...
    Date2023.02.26 ByValley_News
    Read More
  10. No Image

    나는 책임있는 부모인가 - 김승완

    우리들의 책임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성장하는 자녀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이들을 잘 교육시키는 것은 부모들의 큰 책임이다. 사회가 무질서하고 불안하여 험악스러운 것은 바로 우리들이 제몫의 책임을 다 못한 까닭이 아니겠는가. 책임이란 누구...
    Date2019.11.23 ByValley_News
    Read More
  11. 꽃수레를 타고 봄은 오는데 -수필가 김 화 진 -

    문득 궁금해진다. 언제부터일까, 이유는 뭘까. 계절은 순서가 있을까. 왜 봄을 늘 첫 자리에 놓아 시작하는 것일까. 한국말 뿐 아니라 영어에서도 Spring을 제일 먼저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봄이라는 단어는 희망과 따뜻함의 상징이자, 새로운 시작이라...
    Date2022.03.03 ByValley_News
    Read More
  12. No Image

    글벗동인 소설집 <다섯 나무 숲>을 읽고 -조 옥 동 문학평론가-

    몇 주 전에 가까운 지인의 한 분으로부터 책이 우송되었다. 무심코 책을 열었다. 같은 지역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5인들이 펴낸 동인소설집 <다섯 나무 숲>이었다. 누구나 몸을 사리고 일상의 활동을 숨죽여 지내고 있는 때에 예상치 못한 동...
    Date2020.11.23 ByValley_News
    Read More
  13. No Image

    그리움 - 고성민 베스트 부동산 에이전트

    미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에겐 조국을 떠나 쉽지 않은 이민생활에 동고동락하면서 같이 지낸 형님이 있었습니다. 집안 내력이 있어 건강에 특별히 신경 쓰시던 형님이 2년 전에 모든 것을 뒤로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항상 건강하셨었기에 상상도 못 한 일이...
    Date2019.06.04 ByValley_News
    Read More
  14. No Image

    그리운 그 때 그 시절 - 수필가이진용 -

    쉬는 날이라 늦은 아침을 먹고 Sanjose길을 따라 산책 했다. 십 분쯤 걸었을까? 좌측으로 초등학교가 나타났다. 운동장에서 재잘거리며 뛰어 노는 어린 학생들을 보니 무척 부러웠다.‘참 좋은 때 다. 나도 저런 때 가 있었는데…’ 나는 그 ...
    Date2023.05.31 ByValley_News
    Read More
  15. No Image

    그래도 난 이웃이 있어 행복해요! -밸리 노인회 전 회장 김재봉 -

    밤은 아직 초저녁인데 어디선가 명쾌한 웃음소리들이 들려왔을 때, 나는 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줬다. 바로 저런 웃음이 우리 이웃에 골고루 번져 나갔으면 하고… 내게도 아직은 웃음이 남아있는가? 김형석 교수는 그이 에세이집 [고독이 머무는 ...
    Date2020.10.02 ByValley_News
    Read More
  16. No Image

    그래도 꽃은 핀다 - 윤금숙 (소설가)

    코로나19로 인해 봄이 막 시작하려는 때부터 집에 감금당했다.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봄을 기다리며 사는 나에게는 실로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 올 봄에는 우리 집 뒷마당에 가득한 봄으로만 만족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매해마다 봄이면 너...
    Date2020.07.25 ByValley_News
    Read More
  17. 그 어린 눈망울 -김 영 강 수필가-

    유리창은 물론 문까지 박살이 나고 가게 안은 완전 아수라장이었다. 사람들이 마치 유령처럼 와글와글 서로 부딪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바닥에 깔린 옷가지들을 밟고 또 밟으며, 걸려 있는 옷들을 끌어내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바깥 역시 난장판이었다, 여...
    Date2022.03.31 ByValley_News
    Read More
  18. 곤드레나물밥 -윤금숙(소설가, 수필가)-

    우물쭈물하다 1월이 휘~리~릭 지나고 2월이 다가왔습니다. 계절적으로 춘삼월을 품고 있는 2월을 좋아합니다. 봄이 머지않았기에. 뒷마당 그늘진 곳에서 새빨간 동백이 소리 없이 봉오리를 터트리고 있었습니다. 얼음을 뚫고 피는 노란색 복수초는 숲속에서 ...
    Date2024.01.29 ByValley_News
    Read More
  19. No Image

    감사를 외치는 행복 -2023년 새해를 맞으며 - 소설가 윤금숙 -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3년은 계묘(癸卯)년 검정토끼 해라 합니다. 하필 왜 검정색일까 하고 찾아보니 한자의‘계’뜻이 검정이라 해서 검정토끼로 불린다하네요. 토끼는 예부터 우리의 정서에서 가장 사랑스런 동물로 인식이 돼 있었던 것 같습니...
    Date2022.12.30 ByValley_News
    Read More
  20. No Image

    감사 십계명 -찰스 스펄전-

    찰스 스펄전(Charles Spurgeon) 1834-1892, 영국 침례교 목사, 설교가) 1. 생각이 곧 감사다. 생각(think)과 감사(thank)는 어원이 같다. 깊은 생각이 감사를 불러일으킨다. 2. 작은 것부터 감사하라. 바다도 작은 물방울부터 시작되었다. 아주 사소하고 작아...
    Date2022.12.01 ByValley_News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