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8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미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에겐 조국을 떠나 쉽지 않은 이민생활에 동고동락하면서 같이 지낸 형님이 있었습니다. 집안 내력이 있어 건강에 특별히 신경 쓰시던 형님이 2년 전에 모든 것을 뒤로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항상 건강하셨었기에 상상도 못 한 일이 갑자기 4개월 만에 벌어져 지금까지도 믿기지 않고 먹먹합니다. 운동도 좋아하시고 잘하셔서 언제나 따르고 함께 운동하는 것 자체가 저에겐 행복이었습니다.
   건강에 좋다는 배드민턴을 같이 하자고 수년을 넘게 말씀하셔서 돌아가시기 1년 전에 못 이기는 척 시작한 것이 이제는 생활이 되었고, 평생을 운동도 안 하던 아내까지 형님의 권면으로 시작했으니, 저희 부부에게 참으로 큰 행복을 주고 가셨습니다.
   13년 동안 부동산 파트너로서 많이 이끌어주시고 어려울 때마다 힘이 돼 주셨던 형님이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습니다. 가끔 어머니가 생각나실 때마다 저에게 들려주시던 얘기를 글로 쓰셔서 오래전에 칼럼으로 기고하신 적이 있는데, 그 글로 고 김 명 형님의 그리움을 달래보고 싶습니다.

   그때 나의 어머니                        
   다들 사연이 있지만 저희 어머니, 참 너무 일찍 안타깝게 돌아가셨습니다. 평생 고생만 하시다가 이제 숨 좀 돌리려니 눈앞에 죽음이 있는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렇게  짧은 나이로 떠나실 것을 왜 이 세상에 오셨냐고 우리 아들 넷과 딸 하나는 울고 또 울었습니다.
   오십 중반을 사시면서 우리에게 어머니라는 의미의 형체가 어렴풋이 잡힐 때  즉, 불효함 그리고 누구에게 보다도 만만하게 상대하며 그것이 자식에게만 부여받은 특권인양 오해했던 우리들의 죄과를 이제야 고백할 때가 되니, 내 나이 어머니의 나이를 지나가며 벌써 자식들에게 더 많은 특권을 주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모 의대 병원을 들어설 때 까지만 해도 65킬로의 거구를 흔들며 찬송가를 부르시며 담석증이 병이냐 하시며 들어가셨습니다. 그리고는 정확하게 한 달 삼일을 입원하시고 뼈 가죽만 남아 제 품 안에서 운명하셨습니다.
   며칠 후면 어머님의 기일입니다. 그동안‘엄마’에게 못다 한 가슴속에 있었던 이야기, 안타까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너는 자식이 아니라 원수다, 원수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사춘기 때부터 엄마 속을 무던히도 썩였습니다. 엄마의 죽음을 재촉하는데 한몫을 한 제가 정신을 차렸는지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했을 때의 입니다.
   마지막 가시는 길. 한 달 동안 하늘나라에 보내드릴 때까지 엄마 곁을 지켰습니다.
   그때는 병원에 입원을 하면 모든 환자를 그렇게 했나 봅니다. 몸속에 가래를 뺀다고 콧구멍에 호스를 집어넣어 전기 스위치를 연결합니다. 엄마는 키도 크시고 몸도 한 몸을 하셨지요. 그 몸이 스위치를 작동할 때마다 전기 충격으로 십 센티 정도 튕겨 오릅니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을 하는데 엄마의 초점 없는 시선이 제 눈에 들어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도 사인에 한 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병원 복도에서 찬송가가 들려옵니다. 어느 교회에서 온 중창 팀입니다. 음악을 전공한 제가 듣기엔 그 화음이 조잡한 소음이었습니다.  엄마가 축 쳐진 손으로 저를 부르시며 문을 열어 달랍니다. 제 귀에 들리는 불협화음이 엄마의 귀엔 천사의 소리입니다. 좀 더 크게 듣고 싶으신 것 같아 다른 병동으로 이동하는 그들을 쫒아 갔습니다. 그리고  ‘한 번만 더 불러주세요’라며 부탁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미국에 올 때까지 병원 중창단 선교는 한 주도 거른 적이 없었습니다.
   며칠 후 엄마가 저를 또 손짓으로 부릅니다.“명아, 엄마가 부탁이 있어”. 저는 그 부탁이 뭔지 압니다. 머리를 감겨달라는 것이죠. 병원에서 말하기를 암 환자는 머리를 감겨주는 것이 아니랍니다. 엄마가 또 조릅니다.“얘야, 마지막 부탁이야, 제발 한번만 감겨줘”. 엄마의 코앞에 다가온 죽음을 몰랐던 저는‘까짓 거 마지막 부탁이라는데 그것 못하랴’ 선심 쓰듯 엄마의 휠체어를 밀고 화장실로 갑니다. 서시지도 못하는 엄마의 머리를 세면대에 가까이 붙이고 그것도 찬물로 감겨 드렸습니다.‘너무 시원해’하시는 엄마의 그 얼굴. 만족하신 얼굴을 바라보면서 바보같이 뿌듯해하였던 것, 기억이 생생합니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납니다.
   매일 환자복을 바꿔드립니다. 알몸의 엄마를 물수건으로 닦아 드리면서 새 가운으로 입혀 드립니다.
   어느 날입니다. 소변은 호스로 해결하는 엄마가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하십니다. 화장실에 가서 일단 문을 잠급니다. 그리고 휠체어에서 엄마를 내려서 변기에 앉히고는 제가 하는 일이 뭔지 아십니까? 엄마의 변을 파내는 일입니다. 나중에는 엄마의 마른 변을 손톱으로  파냈습니다.
   몸가짐이 반듯하셔서 아버지 앞에서도 옷을 갈아입지 않으셨다는 엄마. 이미 여자이기를 포기하셨겠지요. 여자로서 얼마나 슬프셨을까요.
   병원에서 퇴원을 종용하였습니다. 퇴원을 결정한 마지막 날 밤입니다.  매일 했던 일이 오늘 밤은 아주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본능이죠. 엄마의 귀에다가 성경을 읽어 드립니다.  다른 사람 깰까 아주 조용히, 소곤소곤 읽어 드렸습니다.
   유난히 좋아하셨던 찬송가가 있습니다.“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 짐 벗고 보니...”
   엄마의 마른 손을 꼭 잡고 후렴까지 몇 번을 불러 드렸습니다.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 그렇게 보내 드렸습니다. 그렇게 엄마의 손을 놓았습니다.
   마음에 먹먹한 통증이 옵니다. 가슴이 아련해지는 게 두려워 사람들 앞에서조차 불러보기 힘든 말. 그냥 혼자 읊조립니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말이 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러 엄마를 만나게 되면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그리고 너무 미안했어요.” 살아 계셨을 때 정말 잘해드렸어야 했습니다.<*>
 


  1. No Image

    문학교실의 아름다운 사람들 - 윤금숙 소설가

    교회 시니어 칼리지 <문학교실>을 맡은 지가 어느덧 7년째가 됩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잠시 쉬었다가, 이번 가을학기부터 다시 강의를 시작하고 보니 수강생들의 열기가 한층 뜨거워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수강생들의 수준을 잘 몰라 수필은 어떻게 ...
    Date2021.10.05 ByValley_News
    Read More
  2. 맹노인의 눈물 -수필가 이진용-

    효도 효(孝)자는 자식이 노인을 업고 있는 형상이다. 孝자를 접할 때마다 이웃집에 살던 맹노인이 떠올라 가슴이 아파진다. 그는 1980년대 초 여동생의 초청으로 미국에 이민오게 되었다. 그에게는 아들만 삼 형제가 있는데 큰아들은 중학교 2년생, 두 아들은...
    Date2023.08.31 ByValley_News
    Read More
  3. 말씀 한 마디- 카잘스가 말하는 평화

    “나는 카탈로니아 사람입니다. 오늘날은 스페인의 한 지방입니다만, 카탈로니아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였습니다. 나는 카탈로니아의 짤막한 민요 한 곡을 연주하겠습니다. 나는 이 곡을 14년간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꼭 연주...
    Date2023.02.26 ByValley_News
    Read More
  4. 마지막 미역국 -행복이 블로그 <행복 충전소>에서 -

    나는 뇌종양 말기 환자입니다. 날마다 고통에 시달리는 나의 모습은 거의 발악 수준입니다. 이젠 방사선 치료조차 의미가 없어지고 죽는 날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냄새도, 미각도 이제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족들은 나를 위해 내 앞에서...
    Date2022.03.03 ByValley_News
    Read More
  5. 된장국 -시인 나태주 -

    된장국 어머님, 갑자기 날씨 쌀쌀해진 요즘 며칠 아내가 끓여주는 뜨뜻한 시래기 된장국 먹으니 어머님 생각납니다 고향의 그 나날이 비어가는 들판이, 길 모퉁이가, 언덕이, 당신의 손등처럼 까칠해져가는 고향의 나무들이 눈에 밟힙니다 고추밭과 채전밭이,...
    Date2022.12.30 ByValley_News
    Read More
  6. No Image

    다시 읽는 글: <일상의 기적> -소설가 박완서-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
    Date2023.04.26 ByValley_News
    Read More
  7. No Image

    내게 특별한 우리 말 -박 복 수 시인, 수필가-

    나의 작은 실수로 불쾌한 일이 있었다. "머리 뚜껑이 열리네요."라는 이메일은 너무 놀라운 일이었다.‘우리 사랑하는 멋진 천사언니~’라 부르는 동생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다툼은 할 생각을 말라. 현명한 사람도 무지한 자와 다투면 무지...
    Date2021.01.04 ByValley_News
    Read More
  8. No Image

    남은 삶의 여정 -이명렬 작가-

    매주 토요일 아침 6시면 <SBRT 마라톤> 회원들은 토런스에 있는 엘레티로(El Retiro) 공원에 모여 준비운동을 하고 레돈도비치 바닷가 옆으로 뛰며, 걸으며 10여년 넘게 운동을 하고 있다. 나는 이제는 나이가 많아 뛰지는 못하고, 굽이치는 바다 파도와 멀리...
    Date2023.12.29 ByValley_News
    Read More
  9. No Image

    나의 아름다운 여신들: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 -곽설리-

    봄이다. 봄은 늘 가슴 속에 미처 말하지 못하고 오래오래 키워온 아름다운 꽃망울들을 터뜨리며 온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시련이 많았기에 어느새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봄의 기척이 느껴지며 셀리의 시가 떠오른다. 오, 나를 일으키려마, 물결처럼, 잎새...
    Date2023.02.26 ByValley_News
    Read More
  10. No Image

    나는 책임있는 부모인가 - 김승완

    우리들의 책임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성장하는 자녀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이들을 잘 교육시키는 것은 부모들의 큰 책임이다. 사회가 무질서하고 불안하여 험악스러운 것은 바로 우리들이 제몫의 책임을 다 못한 까닭이 아니겠는가. 책임이란 누구...
    Date2019.11.23 ByValley_News
    Read More
  11. 꽃수레를 타고 봄은 오는데 -수필가 김 화 진 -

    문득 궁금해진다. 언제부터일까, 이유는 뭘까. 계절은 순서가 있을까. 왜 봄을 늘 첫 자리에 놓아 시작하는 것일까. 한국말 뿐 아니라 영어에서도 Spring을 제일 먼저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봄이라는 단어는 희망과 따뜻함의 상징이자, 새로운 시작이라...
    Date2022.03.03 ByValley_News
    Read More
  12. No Image

    글벗동인 소설집 <다섯 나무 숲>을 읽고 -조 옥 동 문학평론가-

    몇 주 전에 가까운 지인의 한 분으로부터 책이 우송되었다. 무심코 책을 열었다. 같은 지역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5인들이 펴낸 동인소설집 <다섯 나무 숲>이었다. 누구나 몸을 사리고 일상의 활동을 숨죽여 지내고 있는 때에 예상치 못한 동...
    Date2020.11.23 ByValley_News
    Read More
  13. No Image

    그리움 - 고성민 베스트 부동산 에이전트

    미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에겐 조국을 떠나 쉽지 않은 이민생활에 동고동락하면서 같이 지낸 형님이 있었습니다. 집안 내력이 있어 건강에 특별히 신경 쓰시던 형님이 2년 전에 모든 것을 뒤로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항상 건강하셨었기에 상상도 못 한 일이...
    Date2019.06.04 ByValley_News
    Read More
  14. No Image

    그리운 그 때 그 시절 - 수필가이진용 -

    쉬는 날이라 늦은 아침을 먹고 Sanjose길을 따라 산책 했다. 십 분쯤 걸었을까? 좌측으로 초등학교가 나타났다. 운동장에서 재잘거리며 뛰어 노는 어린 학생들을 보니 무척 부러웠다.‘참 좋은 때 다. 나도 저런 때 가 있었는데…’ 나는 그 ...
    Date2023.05.31 ByValley_News
    Read More
  15. No Image

    그래도 난 이웃이 있어 행복해요! -밸리 노인회 전 회장 김재봉 -

    밤은 아직 초저녁인데 어디선가 명쾌한 웃음소리들이 들려왔을 때, 나는 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줬다. 바로 저런 웃음이 우리 이웃에 골고루 번져 나갔으면 하고… 내게도 아직은 웃음이 남아있는가? 김형석 교수는 그이 에세이집 [고독이 머무는 ...
    Date2020.10.02 ByValley_News
    Read More
  16. No Image

    그래도 꽃은 핀다 - 윤금숙 (소설가)

    코로나19로 인해 봄이 막 시작하려는 때부터 집에 감금당했다.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봄을 기다리며 사는 나에게는 실로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 올 봄에는 우리 집 뒷마당에 가득한 봄으로만 만족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매해마다 봄이면 너...
    Date2020.07.25 ByValley_News
    Read More
  17. 그 어린 눈망울 -김 영 강 수필가-

    유리창은 물론 문까지 박살이 나고 가게 안은 완전 아수라장이었다. 사람들이 마치 유령처럼 와글와글 서로 부딪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바닥에 깔린 옷가지들을 밟고 또 밟으며, 걸려 있는 옷들을 끌어내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바깥 역시 난장판이었다, 여...
    Date2022.03.31 ByValley_News
    Read More
  18. 곤드레나물밥 -윤금숙(소설가, 수필가)-

    우물쭈물하다 1월이 휘~리~릭 지나고 2월이 다가왔습니다. 계절적으로 춘삼월을 품고 있는 2월을 좋아합니다. 봄이 머지않았기에. 뒷마당 그늘진 곳에서 새빨간 동백이 소리 없이 봉오리를 터트리고 있었습니다. 얼음을 뚫고 피는 노란색 복수초는 숲속에서 ...
    Date2024.01.29 ByValley_News
    Read More
  19. No Image

    감사를 외치는 행복 -2023년 새해를 맞으며 - 소설가 윤금숙 -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3년은 계묘(癸卯)년 검정토끼 해라 합니다. 하필 왜 검정색일까 하고 찾아보니 한자의‘계’뜻이 검정이라 해서 검정토끼로 불린다하네요. 토끼는 예부터 우리의 정서에서 가장 사랑스런 동물로 인식이 돼 있었던 것 같습니...
    Date2022.12.30 ByValley_News
    Read More
  20. No Image

    감사 십계명 -찰스 스펄전-

    찰스 스펄전(Charles Spurgeon) 1834-1892, 영국 침례교 목사, 설교가) 1. 생각이 곧 감사다. 생각(think)과 감사(thank)는 어원이 같다. 깊은 생각이 감사를 불러일으킨다. 2. 작은 것부터 감사하라. 바다도 작은 물방울부터 시작되었다. 아주 사소하고 작아...
    Date2022.12.01 ByValley_News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