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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겨운 사투리는 한국말의 아름다움 중의 하나입니다.
  새해를 맞으며, 그리운 고향생각,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 생각 아련하면 저절로 정겨운 사투리가 떠오르지요. 그렇게 사투리는 우리 정서의 밑바닥을 이루는 뿌리입니다.
  정치판에서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이니 삼인성호(三人成虎)니 하는 어려운 말들이 날아다니고, 정체불명의 외래어가 난무하고, 요상망칙한 신조어들이 신출귀몰하는 세상이라서 더 순수하고 정겨운 사투리가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사투리의 맛을 잘 살린 시(詩) 몇 편을 소개합니다. 고향 생각에 젖으며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영암에서 온 편지(3)
                                                 정찬열 시인
오메 저 눈 잠 봐라
송신나게도 많이 온다잉

   하따 올 시한은 징허게도 춥다야 그래도 아그들이 단도리를 잘해주어 따땃하게 지낸다 아침에 일어나봉께 눈이 한질이나 싸였길래 당글개로 마당에 질좀냈다 그것도 일이라고 어깨더숙이가 찌끈찌끈하다 눈치우는동안 감나무에 새 한마리 포릉포르릉 눈털고 이가지저가지 날라댕기는디 도라가신 느그 아부지가 새되야서 날보러 왔는가 싶더라 그간 기별 못했다만 큰집 큰엄니가 시낭고낭하시더니 지난 가슬에 시상떠부렀다 그양반 가붕께 인자 내차랜갑다 시퍼지고 히말태기가 한나도 없다 작년 팔순때 너 한국 나와서 나 죽으먼 미국으로 제사 모셔가겠다는말 고맙고 아심찬하다만 곰곰이 생각해봉께 가는데만도 하래가 꼬빡걸리는 먼질인디 살아서하는 차몰미 죽어서라고 안하것냐 시퍼지고 지삿밥 한그럭 얻어먹을라고 그먼디까지 왔다갔다 해사 쓰겄냐 십기도하드라 그라고 비행기싹이 또 앵간이 비싸디야안 너도 객지에서 묵고살기 심들꺼신디 여그도 아그들 있응께 꺽정말고 그 말은 깨까시 이저부러라 아그들 마니컸지야 보고잡다 수지엄마 보내준 약은 꼬박꼬박 잘묵고있다 안직은 몸이 갠찬응께 꺽정하지마러라
거그도 여그맹키로 춥담스러야
옷 따숩게 포개 입어라


해남에서 온 편지
                                                 이지엽 시인
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쿡쿡 쑤신다.

   아가 서울 가는 인편에 쌀 쪼깐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묵거라 아이엠 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하고 지난 설에도 안와부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 따라 나서야것는디 모진 것이 목숨이라 이도저도 뭇하고 안 그러냐. 쑥 한 바구리 캐 와 따듬다 말고 쏘주 한 잔 혔다 지랄 놈의 농사는 지먼 뭣 하냐 그래도 자석들한테 팥이랑 돈부, 깨, 콩, 고추 보내는 재미였는디 너할코 종신서원이라니 그것은 하느님 하고 갤혼하는 것이라는디 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 너는 이 에미더러 보고 자퍼도 꾹 전디라고 했는디 달구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

복사꽃 저리 환히 핀 것이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이 별 가
                                                 박목월 시인

뭐락카노, 저 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 밧줄은 삭아내리는 데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느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락이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느는 바람

뭐락카노, 저 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동생이 죽었을 때 썼다는 박목월 시인의 이 시에는 경상도 사투리가 쓰였습니다.


 사랑방 아주머니
                                                 도종환 시인

죽으믄 잊혀지까 안 잊혀지는겨
남덜이사 허기 좋은 말로
날이 가고 달이 가믄 잊혀진다 허지만
슬플 때는 슬픈 대로 기쁠 때는 기쁜 대로
생각나는겨
살믄서야 잘 살았던 못 살았던
새끼 낳고 살던 첫사람인디
그게 그리 쉽게 잊혀지는감
나도 서른 둘에 혼자 되야서
오남매 키우느라 안 해본 일 없어
세상은 달라져서 이전처럼
정절을 쳐주는 사람도  없지만
바라는 게 있어서 이십 년 홀로 산 건 아녀
남이사 속맴을 어찌 다 알겄는가
내색하지 않고 그냥 사는겨
암 쓸쓸하지. 사는 게 본래 조금은 쓸쓸한 일인겨
그래도 어쩌겄는가. 새끼들 땜시도 살어야지
남들헌티사 잊은 듯 씻은 듯 그렇게 허고
그냥 사는겨
죽은믄 잊혀지까 안 잊혀지는겨.

*죽은 아내에게 바쳐진 시집 <접시꽃 당신>에 실린 이 시에는 충청도 사투리가 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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