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새해 인사>
우리의 간절한 소망과는 달리 세상은 갈수록 각박하고 살벌해지고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이 전하는 소식들은 우리를 암담하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아름다운 사람들, 착한 이웃들이 있습니다. 그런 좋은 이들 덕에 우리 세상이 그나마 살만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밸리 코리언뉴스>는 그런 좋은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깨끗하고 따스하게 만드는 일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뜨거운 감동을 통해 마음을 닦고, 영혼의 세수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도 아름다워질 것으로 믿는 겁니다. 우리 개개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그런 노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비련>에 얽힌 감동 실화
가수 조용필은 좋은 노래도 많이 남겼고, 감동적인 일화도 많이 남겼다. 숨겨진 일화가 공개되어 우리를 감동하게 한다. 조용필 명곡인 <비련>에 얽힌 일화도 그 중의 하나다.
조용필의 전 매니저인 최동규씨가 과거 조용필 4집 발매 당시 했던 인터뷰 내용으로 알려진 이 일화는 오래 전의 일이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만, 다시 읽어도 감동적이고, 우리 마음을 따스하게 해준다.
참고로 노래 <비련>은 조용필이“기도하는~~ 사랑의 손길로~~”라고 첫 머리를 부르면 온 관중들이 일제히 “끼약!!”하는 비명으로 화답하는 유명한 노래다. 조용필 작사 작곡으로 1982년 발매된 4집 앨범에 수록되었다. 가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기도하는 사랑의 손길로 떨리는 그대를 안고 포옹하는 가슴과 가슴이 전하는 사랑의 손길 돌고 도는 계절의 바람속에서 이별~~”
조용필이 과거 4집 발매 후, 한창 바쁠 때 한 시골의 요양병원 원장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한다.
전화 내용은 자신의 병원에 입원 중인 14세의 지체장애 여자 아이가 조용필의 <비련>을 듣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다. 그 환자는 입원 8년 만에 처음으로 자기의 감정을 내보인 것이라고 한다.
이어 병원 원장은 이 소녀의 보호자로부터 돈은 원하는 만큼 줄 테니 조용필이 직접이 소녀에게 <비련>을 불러줄 수 있겠느냐는 문의를 받았고, 그게 어렵다면, 병원을 방문하여 얼굴이라도 직접 보여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했다고 한다.
매니저 최동규씨가 조용필에게 이런 내용을 이야기했더니, 조용필은 피던 담배를 바로 툭 끄더니 “병원으로 출발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조용필은 밤무대에서 노래 한 곡 부르면, 지금 돈으로 약 3-4,000만원 정도를 개런티로 받을 때였다고 한다. 조용필의 그날 행사가 4개였었는데, 모두 취소함과 동시에 위약금을 물어주고 시골 요양병원으로 갔다고 한다.
병원 사람들이 놀란 것은 당연했다.
조용필은 병원에 가자마자 사연 속의 소녀를 찾았다.
소녀는 아무 표정도 없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기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조용필이 소녀의 손을 잡고 <비련>을 부르기 시작하자 그 소녀가 펑펑 울기 시작했고, 소녀의 부모도 울었다.
조용필이 여자애를 안아주며, <비련>이 수록된 CD에 사인을 해서 건네주고서, 작별하고 차에 오르는데, 여자 아이의 엄마가 따라오며 물었다.
“돈을 어디로, 얼마나 보내드리면 될까요?”
그러자 조용필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 따님이 오늘 흘린 눈물이 제가 평생 벌었던, 또 앞으로 벌게 될 돈보다 더 비쌉니다."
조용필의 이 훈훈한 일화는 훌륭한 가수는 노래를 목청으로만 부르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돈보다 귀한 것이 많다, 세상에는 가슴 따뜻한 사람이 더 많다는 진리를 감동적으로 말해준다.
소록도 한센인을 위한 콘서트
조용필은 지난 2011년 4월15일 오후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위한 콘서트를 열어 감동을 주었다. 그 전 해 5월 어린이날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펼쳤던 소록도 공연 당시“꼭 다시 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제가 지난해에 처음 왔는데 두 곡밖에 부르지 못해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서 여러분들과 약속했습니다. 다시 오겠다고.”
이날 공연은 소록도에 거주하는 한센인 등 300여 명이 공연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1시간 남짓 펼쳐졌다. 귀에 익은 흥겨운 멜로디가 들려오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지고, 객석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조용필이 노래하자 소록도가 춤을 췄다. 사랑을 담으니 같은 노래라도 감동이 다르다. 한 사람이 이렇게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감동…
조용필은 한센인의 눈을 일일이 맞추며 이렇게 제안했다.
“이번 공연은 여러분의 신청곡도 많이 받아서 불러드리려고 합니다. 박수도 치시고 춤도 추시고 마음껏 즐기세요.”
그러자 객석에서 신청곡이 쏟아졌고, 조용필은 자신의 전속 밴드 <위대한 탄생>과 즉석에서 호흡을 맞추며 신청곡을 일일이 들려줬다. 음악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조용필로서는 파격적인 일이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던 조용필이 손짓을 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무대 위로 올라온 한센인들은 조용필과 어울려 어깨를 들썩였다. 조용필과 한센인들의 목소리가 하나인 듯 녹아들었다.
공연은 <친구여>를 부르던 조용필이 객석으로 직접 내려가면서 절정에 달했다. 그는 노래를 부르며 한센인의 손을 일일이 맞잡았다. 한센인들의 손을 잡고 얼굴을 쓰다듬으며 포옹도 했다.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마지막 곡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가 시작되자 문득 숙연해졌다. 무대를 마무리하는 가왕도, 그를 보내야 하는 한센인도 아쉬움에 젖어들었다.
이 소록도 공연은 외부엔 철저히 비밀로 했다. 행사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조용필의 우려 때문이었다. 가수들 중에서 또 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이는 조용필이 유일하다고 한다.
“헛된 약속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세상인데 조용필씨는 다시 온다고 한 약속을 그대로 지켜줘서 너무 고맙다”고 소록도 주민들은 감사를 전했다.
<소록도 공연에 관한 글은 중앙일보 정강현 기자의 기사를 간추린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