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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의 말>

 

  “왜 이민 왔느냐?”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대답은‘자녀 교육을 위해서’일 것입니다. 

  하지만… 자녀 교육이 희망처럼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은 아니지요. 이민가정의 자녀교육 이야기를 모으면 엄청난 책이 될 겁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아슬아슬한 시행착오, 기쁨과 슬픔, 성취감과 좌절감…

  자녀교육이 뜻대로 안 되면 부모의 속은 타들어 갑니다. 다른 이들의 경험과 성공사례에 관심을 갖게 되지요. 

  송석춘 씨의 경험도 좋은 모범이 될 것입니다. 영창 간 어린 아들, 우주선 기술자로 만든 아버지로 널리 알려진 분입니다.

  이 글은 송석춘 씨의 저서 <기름때 묻은 원숭이의 미국 이민 이야기>와 인터뷰 기사, 인터넷 글 <다사랑> 등을 참고로 한 것임을 밝힙니다.

 

   송석춘 씨는 공군(空軍) 대위(大尉)로 전역하고, 현대자동차에 입사하여 차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당시 대졸 초임이 2만원일 때 그는 15만원을 받을 정도로 잘 나갔다. 

   그렇게 잘 나가던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아들 둘과 딸 셋을 데리고, 미국 플로리다로 이민을 갔다. 성공적 자녀 교육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자식을 잘 키우겠다고 이민 왔는데, 큰아들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고, 미국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었다. 그때마다 아들은 반격을 가했고, 이 때문에 교장에게 여러 차례 불려가 체벌을 받았다. 

  불만이 쌓인 아들은 어느 휴무일 이틀 동안, 다른 미국인 친구와 함께 학교 건물에 들어가 이곳저곳을 부수었다. 학교를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 사건은 지역신문 1면에 보도되었고, 가족들은 좁은 응접실 구석에 앉아 통곡했다. 결국, 중학교 2학년인 큰아들은 교도소에 가게 되었다.

 

  “세상에 이렇게 학교 기물을 때려 부순 사건은 처음입니다. 카운티 내의 어떤 학교에도 전학이 불가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기가 막혔다. 겨우 중학교 2학년에 불과한 아들놈이 영창에 가다니. 그렇잖아도 툭하면“왜 잘 나가던 자리 팽개치고 와서 이 쌩고생을 시키느냐?”며 대들던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고, 어떤 학교에도 전학이 불가하다는 교장의 말이 겹치며 다리가 후들거렸다. 

  “자식 새끼 잘 키우겠다고 왔다가 이게 웬 청천벽력인가”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송씨의 기름때 묻은 얼굴 위로 뜨거운 액체가 쏟아져 내렸다. 가슴은 타들어가는 듯했고, 힘든 정비노동에 찌들 대로 찌든 몸은 말라비틀어지는 듯했다.

 

  ‘한국인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는 비난은 기본이었고,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등하교(登下校) 때에 그 집을 피해 가라!”

  “같은 교육구 학교에 내 아이를 보낼 수 없다”

  “당신 자식 교도소에 갔다며?”고 면전에서 빈정거리는 젊은 한인도 있었다.

  그동안, 겨우 겨우 참석했던 한국 교민 모임조차도 사람들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아 발길을 끊었다.    

 

  송석춘 씨는‘아들 죄가 바로 내 죄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속죄(贖罪)를 위해 매주 주말에 온 가족을 동원하여 학교 청소를 하겠다고 했고, 교장은‘별난 아버지’라는 표정으로 허락했다. 이 별난 행동은 나중에 다시 한번 플로리다주 주류 사회를 흔들었고, 감동을 주었다.

  교도소에 간 중2 아들의 속죄(贖罪)를 위해 부부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네명의 아이들과 함께 매번 주말마다 학교에 나와서 청소하는 장면과 운동장을 청소하는 광경을 본 AP통신 기자가 기사를 썼다. 

  “가족의 명예와 아들을 위해 부모는 모른 체 하지 않았다!” 

  “내 아들이 죄를 지었으면, 내가 죄를 지은 것이다. 내 아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변상은 물론 어떤 일이든 하겠다”라는 그의 말이 들어 있었다. 

  미국 전역의 신문들이 AP통신 기사를 받아 보도를 하면서,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며칠 만에 수백통의 격려 편지가 왔다. 변호사비로 쓰라며 5불 혹은 10불 짜리 수표와 현찰을 보내왔다.

  신문들은“아들 죄가 바로 내 죄이다!”라는 아버지의 고백을 보도했고, 논평을 내보냈다.

  “미국인 부모들도 본받아야 한다” 

  “미국 교육계도 유교적 가족관계에서 이뤄지는 독특한 교육 철학을 배워야 한다” 

  

  며칠 후에 반가운 소식이 가족에게 들려왔다. 법정에서 아들을 방면한다는 소식이었다. 교육청에서는 기존에 다니던 학교로는 되돌아 갈 수 없지만, 멀리 떨어진 다른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서한도 보내왔다.

 

  그 후, 말썽꾼 큰아들은 점점 변화했다.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교(UCF) 학사와 플로리다 텍(FIT)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우주항공국(NASA) 산하 방산 업체에서 근무하며, 고위 우주선 탑재 전문가로 일하게 되었다. 우주선을 쏘아 올릴 때, 수십 명이 달라붙어 점검을 하는데, 그 가운데 최고참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오는 VVIP 고객들에게 직접 브리핑을 하는 유일한 한국계 직원이다. 

 

  큰아들 송시영씨가 사고를 쳤을 때만 해도‘아이고 저놈이 자라서 뭐가 될까?’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지금은 가장 가까운 곳에 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낚시를 언제나 시도 때도 없이 함께 가준다. 나머지 자녀들도 잘 되어서 미국 사회에서 제 몫을 다하기 때문에 뿌뜻하고, 선트러스트(Sun Trust) 은행의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큰딸도 명절 때마다 제법 큰 용돈을 보내준다. 

  아버지의 대속(代贖)으로 인하여 사고뭉치의 아들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자녀들이 우뚝 일어선 아름다운 가정사 이야기이다. 세상은 누구가를 위해 대속해 주지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대속(代贖)할 수 있다. 내 몸처럼 사랑하기 때문이다.

 

   잊을 수 없는 은인

  송석춘 씨 인터뷰 기사 중에 인상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이민생활 중 가장 고마운 사람이 누구였냐?”는 질문에 송씨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평생 고락을 같이한 아내는 늘 고마운 사람이고, 자동차 부속상 주인‘미스터 필립스’라는 미국인은 떠올릴 때마다‘가슴을 찡하게 하는 은인’이라고 했다.

  미스터 필립스를 평생 은인으로 꼽는 사연은 이랬다. 송씨가 미국인이 운영하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던 어느 날, 미스터 필립스가 일하고 있는 송씨를 부르더니“자동차 정비일을 얼마나 했느냐?”고 캐묻더니“정비공장을 차려볼 생각이 없느냐?”고 했다. 처음에는 무심코 보인 관심이려니 지나쳤다가, 6개월쯤 지난 어느 날 송씨에게 다시“정비공장을 차려볼 생각이 없느냐?”고 했다.

  하지만 모아둔 돈도 없고 7식구 생활도 하기에 빠듯한 마당에 감히 정비공장 주인이 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던 때였다. 필립스의 제안에 반신반의하면서 일단 계획서를 들고 갔더니 당장 10만불어치의 정비기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때 미스터 필립스는“9만불에 정비기기를 줄 테니 1만불을 다운하고 5년 안에 나머지를 갚으라”고 했다. 꿈같은 얘기였다. 순전히‘일이 없어도 일을 하는 동양 친구’송씨를 눈여겨본 필립스의 배려였다.

 

  미스터 필립스에 대한 일화는 또 있다. 

  송씨가 가게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손님을 끌 요량으로 30% 세일! 50% 세일! 광고판을 만들어 달고, 길거리에도 꽂아 두었다. 어느 날 송씨의 정비공장을 지나치다 이 광고판을 본 필립스가 차에서 내리더니 다짜고짜 광고판을 떼어 박살을 냈다. 그리고는“네 기술을 싼 값에 팔지 말라”고 충고하고는 유유히 사라지더라는 것이다.

  송석춘 씨는 미스터 필립스에 대한 고마움을 평생 못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충실히 살면 돕는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송석춘.jpg

 

자료 정리: 장소현 (시인,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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