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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7월4일만은 그저 노는 날로만 허투루 보내지 말고,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하리라 마음먹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꼽아보니 45년도 넘게 이 나라 한 귀퉁이에서 살아왔는데, 이 나라에 대해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독립기념일을 진심으로 축하해본 기억도 없으니 참 염치없고 부끄럽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미국의 역사를 공부한 것이라곤 시민권 공부가 전부이니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

  일단 그렇게 마음먹으니 여러 개의 물음표가 떠오른다. 미국 독립의 기본정신은 무엇인가? 왜 미국(美國)이라고 부르게 되었는가? 이 나라는 정말 이름처럼 아름다운가? 아메리칸 드림의 정체는 무엇인가? 미국 문화의 실체는 어떤 것인가?… 그리고 미국이란 우리에게 과연 무엇인가? 등등…

  미국 독립선언서를 찾아서 차근차근 읽어보니, 이 나라의 건국이념과 지향점이 잘 나와 있다. 생명, 자유, 행복의 추구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그 권리의 확보를 위하여 정부가 존재해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또한,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국민 주권의 원리를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그 숭고한 정신적 가치들이 지금도 살아있는가 라고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우리는 언제부터 왜 이 나라를 아름다운 나라 미국(美國)이라고 부르게 된 걸까? 이건 매우 근본적인 질문이다. 일단 사전의 설명은 이렇다.

  “청나라 시대 중국인들은 ‘아메리칸’을 ‘메리칸’으로 들었고, 가까운 중국어 발음인 ‘메이리지안(美利堅)’이라고 했다. 이를 줄여 메이궈(美國)로도 표기하였고, 당시 조선인들이 이를 한국어식 한자음으로 읽어 미리견(美利堅), 미국(美國)으로 읽고 표기했다.”

  그러니까, 중국어 발음에 가깝게 적은 음역일 뿐, 아름다운 나라라는 의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설명이다. 영국, 덕국, 불란서, 서반아, 오지리, 비율빈, 호주, 인도, 월남… 등이 모두 그런 식의 음역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쌀을 뜻하는 米를 써서, 베이코쿠(米國)로 정착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에서도 米國이라 썼었다. 북한에서는 현재도 일본식 음역인 미국(米國)을 사용하며, 미 제국주의를 줄인 미제(米帝)를 더 자주 쓴다. 한국에서는 반공을 중요시하던 1970년대, 한 일어일문학과 학생이 미국을 美國이 아닌 米國으로 썼다가 빨갱이로 오인당해 경찰서에 끌려간 일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 나라가 아름다운 국가인가? 라는 질문인데,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일들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오로지 아름다운 것은 미국의 드넓은 자연뿐이다. 자연만은 정말 미국(美國)이다.

  하지만, 현실은 생판 다르다. 날로 늘어나는 총격 사건, 인종차별, 빈부 격차, 넘쳐나는 노숙자, 마약… 사방에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내가 보기에는 美國이 아니라, 헤매는 나라 迷國, 수수께끼의 나라 謎國, 꼬랑지 나라 尾國, 아직 모자라는 나라 未國으로 보인다. 그래서 한자로 적으려 애쓰지 말고 그냥 아메리카라고 부르자는 주장에 찬성하고 싶어진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나라를 아름다운 나라로 믿으려 애쓰는 것은 우리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아메리칸 드림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고 부러워하던 화려한 장면들, 매일 파티를 즐기는 미남미녀, 감미로운 팝송, 콜라의 톡 쏘는 단맛 등으로 모자이크된 아름다운 꿈…

  꿈 깨시라! 우리 앞의 미국은 그저 차갑고 무자비한 현실, 우리가 이겨내야만 하는 현실일 뿐이다. 전혀 아름답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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