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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대의 나 교수는 워낙 엉뚱한 데가 많아서, 별칭이 나엉뚱 교수다. 

  엉뚱하고 기발하긴 하지만 본질적인 부분을 건드리기도 해서 학생들 사이의 인기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본질을 찌르는 날카로움이 나이 들수록 줄어드는 현상이 안타까웠다. 

 

  얼마 전에 낸 과제도 제법 상큼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창 떠들썩하던 때라서 더 관심을 끌었다.

  “만약 <노벨미술상>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면, 수상자는 누구일까? 이름과 그 이유를 적으라.”

  학생들의 대답은 시끌시끌하고 짤막했다. 요새 젊은 것들은 글을 길게 쓰는 법이 없다. 짧을수록 강력하다고 믿는 모양이었다.

  -피카소, 게르니카

  -칸딘스키, 추상미술 발명

  -달리, 멋진 콧수염

  -자코메티, 재료 절약 원가 절감

  -뱅크시, 얼굴 궁금, 보고 싶다.

  -케테 콜비츠, 전쟁 반대 엄마의 사랑

  -잭슨 폴록 또는 앤디 워홀, 미국적 애국심

  -인공지능, 이름 모름

  -모름, 주는 놈 마음대로 엿장수 마음대로

  -이하 다수 등등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미술의 유명한 화가들이 거의 다 등장했다. 노벨상이 제정된 것이 1901년이라니 그 역사가 100년을 넘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훌륭한 미술가는 그에 훨씬 못 미쳤다. 

 

  두 번째 질문에서 학생들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한국화가 중 노벨미술상을 마땅히 받았어야 할, 당연히 받아야 할, 틀림없이 받을 작가는 누구인가?”

  학생들의 답안지는 깨끗하고 순수하고 쓸쓸했다.

  백남준이라는 답이 몇 개 있었고, 나엉뚱 교수라고 답한 장난끼 학생이 한두 명 있었다. 그나마 눈길을 끄는 것은 자기 이름을 적은 학생이었다. 그 오만함과 당당함이 밉지 않았다. 

  “그래, 까짓것 네가 받아라!”

 

  나엉뚱 교수는 이 학생들에게 희망을 걸기로 마음을 다잡아먹고,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한 잔 안 하고는 견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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