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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언어학자는 아니지만, 우리의 사투리에 대해서 생각하면 참으로 여러 가지 느낌을 갖게 된다. 

   그 좁은 땅덩이에 어찌 그리도 다양한 사투리가 존재할 수 있는지 생각할수록 놀라웁다. 아마도 그처럼 좁은 지역에 그처럼 분명하게 다르고 다양한 사투리가 당당하게 쓰이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심하게 생각하자면 우리가 단일민족임을 의심하게까지 된다. 

   물론, 그런 식으로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다양성의 조화’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서로 많이 다르면서도 말이 통하지 않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야 제주도 진짜 사투리처럼 알아먹기 힘든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우리 겨레의 뚝심 중의 하나이다. 

   그만큼 자유롭고 개성이 존중되었다는 뜻도 되겠다. 오죽하면 동네마나 장맛 다르고, 인심 다르고 했을까… 이런 다양성이 고집스럽게 우리 문화를 떠받쳐온 힘이라고 나는 믿는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우리 사람들은 영어를 할 때도 자기 사투리로 말한다는 사실이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남의 나라에 살면서 그 나라 말을 자기 사투리로 말해버린다는 것은 정말 보통 배짱이 아니다. 

   좀 냄새가 나서 죄송스럽지만, 예를 들어 화장실에 갔다고 치자. 점잖게 노크를 한다. 아무 대답이 없다. 조금 쎄게 두드린다. 

  “게… 후아류시셔어어…?” 

  이렇게 느리잇 느리잇 대답하는 것은 영락없는 충청도 양반. 

  “아따, 후랑께? 아염두잉 나우랑게!” 

  판소리 가락처럼 낭창거리는 대답은 전라도 양반. 

  이에 비해 영남사람들은 무뚝뚝하고 박력이 있다.“후꼬?”또는“훙교?”

   피안도 사람들의 대답도 투박한 힘이 있다.“후네!”또는“후이가!” 

  사투리 영어 썼다고 못 알아먹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이 우리의 배짱이다. 영어 좀 서툴다고 기죽을 필요는 개뿔도 없다는 이야기다. 아, 벙어리도 떵떵거리며 사는 세상인데…    

   한국 사람과 미국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을 유심히 보면 묘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 사람이 괜스레 자주 웃는다. 나는 이런 웃음을‘사이 헛웃음’이라고 부른다. 나 혼자 그렇게 이름 붙여 보았다. 모자라는 영어 실력을 얼버무리기 위해서 웃는 것이다. 

   혹시 상대방이 못 알아들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서 웃는 헛웃음이다. 아니면‘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는 속담에 무조건 기대는 헛웃음이다. 

   결국 실력이 없거나 배짱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말 사이사이에 헛웃음을 웃게 되는 것이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진짜 영어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실실실 웃음을 흘리는 법이 없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제발, 이 글을 영어 못하는 놈의 자기 합리화라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물론, 나는 일찍이 영어를 포기한 중생이다. 이른바‘영어공용화안’이라는 것이 통과되면서‘공용인간’축에도 끼지 못하게 된 처량한 중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 때문에 기죽을 필요는 절대 없다고 믿는다. 물론 잘하면 더 좋겠지만, 잘 못한다고 비실거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하이여, 굿모닝인디, 니는 하아류냐?” 

  이렇게 정답게 인사했는데, 이걸 못 알아먹는 서양사람이 있다면 그 놈이 바로 나쁜 놈이거나 귀머거리임에 분명하다. 아, 일본 친구들이 뭐 영어 꼬불랑꼬불랑 잘해서 물건 잘 팔아먹나, 젠장! 

  “지스이스자닷또상, 베리구드, 남바왕!” 이렇게 발음이 형편무인지경이어도 잘만 팔아먹고 떵떵거리는데… 

  우리도 괜시리‘사이 헛웃음’이나 실실거리지 말고‘코리안 사투리 잉글리쉬’로 세계를 휘어잡겠다는 배짱이나 부려보자. K-잉글리시라고 박박 우기자!   

  “아, 워추매러 스피킹여! 아염 베리 굿 잉글리시여! 유 해부 베리베리 배드 이어리여! 유노?”<*>